◎TV·영화 화려한 외도 2년만에 무대에/연극인생 20여년… 실험극 해보고 싶어최종원의 감칠맛 연기가 연극팬들의 발길을 잡는다. 「투캅스」 「영원한 제국」 「마누라죽이기」 등 영화에서 인상적인 조역으로 대종상 남우조연상까지 받은 그가 인간소극장의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의 김만수를 통해 2년만에 정극무대에 섰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옥수동의 「전망 좋은」 판잣집 주인 만수. 한집에 사는 밤무대가수 미령을 폭력배들로부터 구하고 초죽음이 된 문호가 한참 애틋한 분위기를 잡을 무렵 약을 사들고 온 만수는 『요즘 젊은 것들, 틈만나면 엉겨붙어. 약 괜히 사왔구만』하며 방문을닫는다. TV드라마 같은 구성과 감상적인 소재로 자칫 늘어질 수 있는 작품이 시종일관 웃음과 팽팽한 긴장으로 가득차게 되는 것은 바로 최종원의 천연덕스러운 연기 덕분이다.
『이 나이 되니까 많은 것이 가슴에 와 닿아요. 명동, 성대뒷산 등에서 전세살이 안 해봤습니까. 13번째 이사를 한 지난해 그동안 아무 말도 없던 큰딸애가 고3이 되어서야 「이제 이사 그만 다니면 안돼」하더군요』
강원도 태백에서 유년기를 보낸 광원의 아들. 그는 진지하고 무거운 역할로, 배우의 권익찾기운동으로 20년 넘게 연극계를 지켜왔다. 한때 도박판의 「번개손」으로 가정을 풍비박산낸 아픈 추억을 웃음과 욕설로 풀어버리는 김만수처럼 이제 그의 연기영역은 한결 폭이 넓어졌다. 『연륜도 좀 쌓였으니 이젠 실험극이나 TV 코미디등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고 말한다. 공연이 7월14일까지 연장되는 바람에 그는 TV의 일요아침드라마 「오장군」에서 오지명의 상대역 출연을 포기했다. 『골치아프게 촬영스케줄 조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말처럼 최종원은 무대가 제격인 배우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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