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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폐백대행업체 운영 최민일씨(신세대와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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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폐백대행업체 운영 최민일씨(신세대와의 만남)

입력
199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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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업화하는 결혼문화 안타까워 시작 음식을 통해 가풍 전하는 정신담고파”『결혼폐백은 불편하고 번거로운 통과의례가 아니라 결혼에 대한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뜻깊은 전통의식입니다』

폐백대행업체 「고려폐백」을 운영하고 있는 최민일씨(27·송파구 방이동)는 감각적이고 간편한 것만을 추구하는 요즘의 신세대답지 않게 전통의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체성을 상실한 채 나날이 서구화, 감각화하는 우리 사회에서 정신적 혼란과 공허감을 채울 수 있는 길은 바로 전통문화에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최씨가 폐백대행업을 시작한 것은 서울대 산림자원학과에 재학중이던 92년. 빼어난 음식솜씨로 가까운 이웃과 친지들에게 정갈한 폐백음식을 만들어 주던 어머니 덕택이다. 일반 예식장들이 이익챙기기에만 급급, 고증도 없이 정성과 맛도 담겨 있지 않은 엉터리 폐백음식을 대량으로 만들어 내는 것을 마땅찮게 생각한 최씨는 어머니를 설득, 「제대로 된」 폐백음식을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사업체를 설립했다.

『전통폐백음식의 맛을 되살리고 결혼을 앞둔 신세대들에게 폐백의 진정한 의미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폐백이란 「딸을 시집보내면서 친정의 음식을 통해 집안의 가풍과 분위기를 전하면서 시부모님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리는 경건한 의식」이라는 것이다.

최씨는 그래서 폐백음식을 만들어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폐백의식을 직접 진행하고 폐백 문의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까지 도맡고 있다. 매주평균 15∼20건 정도의 음식주문이 들어오지만 성수기인 봄가을 주말에는 하루 15건 이상의 주문이 쇄도, 전가족은 물론 임시고용한 아르바이트생까지 총동원된다.

그는 주문을 받을 때 먼저 손님들에게 직접 음식을 장만하라고 권유한다. 예비부부들에게 폐백의 의미와 절차 필요성등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는 정성이 깃들어야 할 폐백이 형식화, 상업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낀다.「그저 남들이 하니까」 「 남들보다 비싼 음식을 해야 한다」는 겉치레식 폐백은 지양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더구나 양가부모에게 고마움과 존경을 표시하는 자리가 오로지 신랑·신부의 사진앨범 제작을 위한 상투적 행사쯤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 눈살이 절로 찌푸려진다.

최씨는 전통의례에 대한 신세대들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해 『전통의 상실은 우리의 정신적인 원천을 잃어버리는 일』이라며『전통폐백의 맥을 잇고 오늘날에 맞게 한걸음 더 발전시키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배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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