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협력」 고리 새관계 모색/“불편 기류 해소 미래 지향” 공감/「독도」 등 민감사안은 피해갈듯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 일본총리의 방한은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공동개최에 따른 협력분위기에 힘입어 양국간의 미래지향적 발전관계를 구축하자는 양국정부의 공통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북정책 등에서 보여준 양국의 공동보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잇단 과거사 발언파동에 이어 독도영유권 문제, 최근의 종군위안부 문제 등 현안이 돌출하면서 양국관계가 미묘한 기류에 싸여 있는 시점에서 월드컵 공동개최는 그야말로 호기가 아닐수 없다. 따라서 김영삼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간의 정상회담도 특별한 현안은 없지만 월드컵 공동개최를 계기로 21세기를 맞는 양국관계를 한차원 높일 수 있다는데 의의가 있다.
하시모토 총리의 이번 방한은 김대통령의 초청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김대통령은 3월2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태국을 방문했을 때 하시모토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자리에서 하시모토 총리의 방한을 초청했다.이에 대해 하시모토 총리도 원칙적으로 수락의사를 밝혔으나 월드컵 유치경쟁 등으로 양국은 냉랭한 관계속에 지내왔다. 우리 정부도 하시모토 총리의 조기방한이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된 다음날인 지난 1일 김대통령이 하시모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편리한 시간에 방문해 달라』고 재차초청했다. 이에 하시모토 총리는 『리옹의 G7정상회의 이전에 김대통령과 긴밀한 협의를 갖고 싶다』며 방한의사를 밝혔고 이때부터 양국의 실무자간에 협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또 협의과정에서 양국정부는 가장 가까운 두 나라 사이에 의전적인 격식보다는 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세천호희) 당시 총리의 경주방문때처럼 내용면에서의 실질을 중요시하는 실무방문(WORKING VISIT)형식으로 하고 앞으로도 이를 관례화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양국정상간의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의제는 ▲한일관계의 발전 ▲대북공조 ▲동북아정세 ▲국제무대에서의 협력등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국 정상은 한일관계의 발전부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 월드컵 공동개최에 따른 협조·화해분위기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이끌어내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실제로 양국 정부에서는 지난해 해방 50주년 및 수교30주년을 맞아 양국관계를 한차원 높이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무라야마(촌산부시)전총리의 한일합방조약 유효발언, 독도영유권 문제등으로 인해 아무런 진전을 보지 못했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양국정상은 가장 민감한 독도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번 ASEM회담때의 논의로 일단 덮어두고 더 이상 거론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대북공조방안등에 관해서는 양국의 기존 협력틀을 재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는 이미 우리의 4자회담 제의에 대해 가장 먼저 지지의사를 표명했고 그후 북한 노동당의 방일을 거부하는등 4자회담성사를 위해 한국 미국과 공동보조를 맞추어 왔다. 또한 일본측은 대북식량지원이나 KEDO문제에 관해서도 우리측과 긴밀한 협조를 하고 있어 이 대목에서 새롭게 조율할 현안은 없는 셈이다. 이런 점을 감안할때 김대통령과 하시모토 총리의 제주 정상회담은 「월드컵 정상회담」이라고 볼 수 있다.<신재민 기자>신재민>
◎일측 입장·시각/산적한 현안 의견조율 기회로/대북교섭·지원 사전협의 재확인 예상/망언·위안부 “해결 노력” 원칙강조 전망
하시모토 류타로(교본룡태랑)총리의 방한은 일본 정부의 최대 외교과제중 하나였다. 「자주외교」를 내걸고 출범한 하시모토 내각으로서는 현안이 쌓여 있는데도 허심탄회한 정상간 대화가 불가능했던 어색한 대한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숙제였기 때문이다.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 재개와 대북 쌀지원, 배타적 경제수역(EEZ) 설정과 어업협상 등 양국간 이해가 미묘하게 엇갈릴 때마다 일본 외무성은 『한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되풀이했으나 「가장 긴밀한 수준」의 대화·협의가 사실상 불가능해 고민해 왔다.
따라서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그 자체로도 대한외교의 성공이어서 일본외교가 모처럼 자신감을 회복할 계기라는 것이 일본측의 시각이다. 특히 프랑스 리옹의 선진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북한 문제가 주의제가 되리라는 분명한 전망속에 한국 정부가 충실한 입장전달을 위해 한일정상회담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일본으로서는 더욱 홀가분한 입장이다.
일본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 의제로 ▲4자회담 전망등 한반도 정세 전반 ▲월드컵 공동개최 성공을 위한 환경조성및 양국 정부차원의 지원방안 ▲유엔을 통한 대북식량지원 ▲독도문제와 군대위안부등과 관련한 역사인식 등을 꼽고 있다. 월드컵 공동개최는 치열한 유치경쟁으로 인한 양국민의 응어리를 풀고 대회성공을 위해 공동노력하자는 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일본측은 보고 있다. 정상회담 분위기 조성에도 큰 기여를 한 월드컵 공동개최는 양국 정상이 대화를 풀어가는데도 좋은 실마리여서 미래지향적인 양국관계 발전의 계기로 삼자는 식의 선언적 합의가 있으리라는 전망이다.
실질적인 핵심의제인 북한문제를 두고 하시모토총리는 4자회담 지지, 대한협의를 거친 대북 교섭 및 지원이라는 원칙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머리를 타넘는 대북 접근」이란 한국의 불만을 고려하는 한편으로 북·일관계 진전이 궁극적인 한반도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리라는 일본의 내부입장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데도 힘을 기울일 것으로 외교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일정계 일부 인사들의 군대위안부 관련 망언에 대해 하시모토총리는 정부의 공식입장과 다르며 일본정부로서는 종전방침대로 해결을 위해 일정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지향」의 회담기조에 따라 독도문제도 영유권 문제와 분리해 어업권 협상 차원에서 해결한다는 양국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치리라는 예상이다.<도쿄=신윤석 특파원>도쿄=신윤석>
◎한·일 정상회담 일지
현정부출범 이후 한일정상회담은 모두 7차례 열렸다. 일본측 정상은 호소카와, 무라야마, 하시모토총리 등 3명이었다. 김영삼대통령의 방일과 일본측의 방한은 각각 두차례씩이었다. 김대통령은 취임한 해인 93년11월6일 방한한 호소카와총리와 경주에서 첫 정상회담을 가졌다. 김대통령은 이어 94년3월24일 일본을 답방해 호소카와총리와 만났다.
94년7월23일에는 사회당출신인 무라야마총리가 방한했다. 같은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보고르에서 열린 아태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에 참석했던 김대통령과 무라야마총리는 현지에서 회담을 열었다. 두 정상은 다음해인 95년3월1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사회개발정상회의에서도 만나 회담을 가졌다. 이들은 또 같은 해 11월1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APEC회의에 참석해 다시 만났다. 김대통령은 지난 3월2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가 열린 태국 방콕에서 하시모토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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