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 흥담고 발끝에 한을 밟는 「굿과 범패」 첫무대/큰무당 김금화 풍어·안녕기원 동네굿 “흥 절로”/예술의전당 대기획 마지막해 16일 무료공연원하던 일을 하게 돼 좋아라고 신이 난 모습을 가리켜 「굿 들은 무당, 재 들은 중 같다」고 하는 속담이 있다. 굿판에 선 무당은 기운이 펄펄 난다. 고즈넉한 절간이라도 큰 재가 있으면 시끌벅적해진다. 굿과 재는 춤과 음악, 연극적 구조가 합쳐진 훌륭한 종합예술이자 전통문화의 원형을 담고 있는 귀중한 유산이기도 하다. 지금은 보기 어려워진 굿과 재를 차례로 감상할 드문 기회가 마련됐다. 한국일보사가 예술의전당·문화예술TV A&C와 공동주최하고 LG신용카드가 협찬하는 「굿과 범패」시리즈가 그것이다.
「굿과 범패」는 예술의전당이 92년부터 매년 마련해온 기획공연 「한국의 소리와 몸짓」의 올해 주제. 92년 판소리, 93년 북과 춤, 94년 탈춤, 95년 농악으로 이어져온 이 기획은 굿과 범패를 끝으로 마무리된다.
「굿과 범패」는 6∼9월 매달 셋째 일요일 하오 4시 예술의전당 내 한국정원에서 무료로 펼쳐진다. 각 지방 굿과 절간의 재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영산재를 선보인다. 재를 올릴 때 스님이 부르는 노래가 범패다.
16일 첫 무대는 큰 무당 김금화씨(65)가 벌이는 중요무형문화재 82호 황해도 대동굿. 인간문화재 김씨와 함께 20명이 굿판을 벌인다. 바닷가 마을에서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빌며 치르던 큰 굿이다. 무당의 구성진 노래와 한바탕 놀이처럼 질탕한 신명이 특징이다. 집안굿이나 간단한 푸닥거리가 아니라 대규모 동네굿인 만큼 영험과 기예가 뛰어난 큰 무당이라야 이 굿을 맡을 수 있다. 김씨는 19세 때부터 마을굿을 도맡았던 큰 무당으로 철물이굿 만구대탁굿 진오기굿 배연신굿 등 다른 굿도 잘 한다. 특히 시퍼렇게 날이 선 작두에 맨발로 올라서 추는 춤이 일품이다. 황해도 대동굿은 분단이후 마을굿으로서 실제 명맥은 끊겼으나 월남한 황해도 주민과 무당들이 이를 계승하고 있다.
굿과 범패 시리즈는 7월21일 진도 씻김굿(박병천등 16명), 8월18일 동해안 별신굿(김석출등 16명), 9월15일 영산재(송암스님등 29명)로 이어진다. 망자의 넋을 씻겨 좋은 데로 보내는 진도 씻김굿은 예술성이 높기로 유명하다. 풍어를 비는 마을굿인 동해안 별신굿은 음악의 장단이 매우 독특하다. 각 지방 굿을 비교 감상하는 것도 큰 즐거움이 되겠다. 영산재는 죽은 사람을 좋은 데로 인도하는 천도재로 제대로 하려면 사흘이 걸린다. 범패(음악) 작법(춤) 장엄(미술)이 어우러져 불교예술의 총화를 보여준다. 580―1781∼5<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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