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회」 질문엔 「일성」 대신 묵언/“결국 정상화 될것… 기다릴뿐”김수한 국회의장내정자는 요즈음 말이 없다. 신한국당 의원총회에서도, 국회본회의장에서도 그는 침묵하고있다. 12일 본회의에서도 그는 시종 꼿꼿이 의석에 앉아있었다. 그의 표정이 워낙 굳어있기에 옆좌석에 앉아있는 김덕, 권영자의원도 내내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김 내정자를 잘아는 한 의원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일거야. 할 말이 많겠지만 말할 수 없으니…』라고 그의 곤혹스런 처지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야당시절부터 오랜 친구로 지낸 국민회의 김상현의원은 『능변가인 일성(김 내정자의 호)이 침묵해야하니 힘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주위의 안타까운 시선과는 달리 정작 김 내정자의 심사는 그리 복잡하지 않은 듯하다. 그는 『결국 국회는 정상화한다. 지금은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인내를 강조했다. 파행상황에 대한 소회를 묻는 질문에 그는 『당사자가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한 것 아니냐』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자신의 한마디가 여야간의 갈등양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 묵언을 택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김 내정자가 아무 생각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8·15해방 이후의 제헌국회를 반추하면서 자신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초대 국회의장이 이승만박사, 2대의장이 신익희선생으로 모두 독립운동가이셨고 제헌의원 대다수가 애국자였다』고 말했다. 그는 『나라를 되찾기위해 인생을 바친 선배들을 생각해보자. 그러면 지금 의사당에서 고함치고 몸싸움을 하는게 부끄럽지 않겠는가』라고 개탄했다.
김 내정자는 원론적이나마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파행국회가 하루 이틀 계속될수록 우리의 짐은 더욱 무거워진다』며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짐이 무거워지기 전에 순리적인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내가 입법부 수장으로 그 짐들을 짊어질 수 있을지 두렵다』며 『역사책을 뒤적이면서 국회의장의 도리를 공부하는게 지금 할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새 정치를 요구하는 국민의 시선이 그만큼 부담스럽다는 얘기로 들렸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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