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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산모사망률/윤순환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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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산모사망률/윤순환 국제1부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6.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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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기금(UNICEF)은 12일 「국가의 발전」이라는 보고서에서 매년 60만명의 개도국 여성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숨지고 있다고 밝혔다. 카렐 벨라미 UNICEF 사무총장은 이를 두고「현대사회에서 잊혀지고 있는 최악의 비극중 하나」라고 개탄했다.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해 새 생명을 낳다가 생명을 잃는 어머니들에게 죄가 있다면 복지 후진국에서 태어난 죄일 뿐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는 13명당 1명꼴로, 서남아시아에서는 35명당 1명꼴로 여성이 임신·출산으로 죽어가고 있다. 반면 유럽은 3,200명중 1명, 미국은 3,300명중 1명에 불과해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리나라는 이 비극으로부터 얼마만큼이나 비켜서 있는 것일까. 아기는 살아남고 어머니는 숨지는 경우 하나만을 따져 봐도 「선진 한국」의 자화상은 처참하게 일그러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0만명중 70명이 아기를 낳다가 숨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약 1,400명에 1명꼴로 낳은 아기와 사별하고 있는 것이다.

같은 10만명을 기준으로 할 때 유럽국가 평균은 36명으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독일 프랑스등 선진국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헝가리나 포르투갈도 각각 30, 15명으로 우리나라보다 훨씬 낫다. 심지어 칠레(65명) 파나마(55명) 코스타리카(55명) 같은 남미 국가나 아르메니아(50명) 아제르바이잔(22명) 같은 중앙아시아 빈국들도 우리나라를 부끄럽게 한다.

선진국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래서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고 자부하는 이 나라에 2세를 낳다가 숨지는 여성이 이렇게 많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어머니들이 아기와 목숨을 맞바꿔야만 하는 전근대적인 비극 앞에서 섣부른 우리의 「선진」착각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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