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매행태까지 간섭 문서보장 요구/「국가기간사업」 수호차원 대책 마련해야신규통신사업자 선정을 위한 국내기업간의 한판 승부가 끝나자마자 이번엔 미국이 거세게 통신장비시장 개방압력을 가해오고 있다. 물론 국내업체간 경쟁은 소프트웨어(통신서비스)쪽이고 미국의 개방압력은 하드웨어(장비조달)에 집중되고 있지만 양자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 미국은 13∼14일의 한미통신협상이 결렬될 경우 7월1일자로 한국을 통신무역법상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PFC 지정후 1년안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 미국은 ▲통상법 301조에 의한 보복관세 부과 ▲한국산 통신장비에 대한 구매금지등 다양한 보복조치을 취할 수 있다.
미국의 요구는 한마디로 「한국기업이 미국산 통신장비를 보다 많이 사달라」는 것이다. 각론을 보면 ▲국산장비를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직·간접적 관행을 없애고 ▲미국장비를 구매할 때 기술이전조건을 붙이지 않으며 ▲장비형식승인시 영업비밀같은 정보는 요구하지 말라는 것등이다. 미국은 이같은 조건을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준수하도록 한국정부가 문서(양해록)로 보장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이같은 무리한 요구를 내놓는 것은 당장의 시장수요도 있지만 한국이 최신 서비스와 장비가 시험가동되는 세계 유수의 통신시장으로서 앞으로 한국의 통신시장에서 기반을 잡으면 세계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틀을 다질 수 있기때문이다.
미국의 요구에 대한 정부입장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장비구매주체가 정부나 공기업이면 모를까 민간기업의 구매행태까지 정부가 보장각서를 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1차협상에 이어 이번에도 정부는 『미국의 요구사항들은 기본적으로 정부간 협상안건이 될 수 없다』는 태도를 견지할 방침이다.
통신장비와 관련된 한미협상은 정부, 즉 한국통신의 장비조달(PART 1)과 민간기업 장비조달(PART 2)등 두 분야로 나눠져있는데 PART 1은 4월 미국측 요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타결된 바 있다. 미국은 PART 1의 논리를 민간사업자에까지 확대적용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나아가 국내 정보통신시설의 각종 규격을 「국제기준」에 맞출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국제기준」이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장비, 즉 미국산 장비기준을 말하는 것이다. 정부당국자는 『정보통신은 국가기간산업으로 각국 실정에 맞게 개발하는 것인데 이를 획일화하라는 것은 장비를 많이 사달라는 차원을 넘어 정보통신정책 자체를 포기하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거부의사를 확실히 했다.
미국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통신산업을 「떠오르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 장비조달시장을 선점하면 통신서비스분야 진출은 훨씬 용이할 것이란 판단이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은 서비스사업자 지정을 위한 과당경쟁에도 불구, 장비기술개발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실정이다. 그러나 하드웨어가 동반되지 않는 소프트웨어는 쓸모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미래의 부가가치나 산업파급효과를 감안하면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은 이제 통신분야에 집중될 전망이다. 정부의 대미협상전략도 과거 자동차나 지적재산권 협상때와는 다른 「국가기간산업」수호차원에서 마련되어야 한다는게 일반적인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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