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은 비에도 못견뎌 “침수철” 우려/하수관 구조 등 전면재점검 필요/공덕역 하수구 통해 6천여톤 유입/공사지연… 개통후 재발땐 “대재난”서울지하철 5호선 한강하저 터널이 10일 하오까지 서울에 내린 67.5㎜의 비로 침수됐다. 이곳은 지난해 8월24일에도 호우로 하수가 역류하면서 하저터널은 물론 인근 공덕―신길정거장까지 4㎞가 물에 잠긴 적이 있어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오는 11월 개통에 차질이 예상되며 개통후 유사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통재앙이 우려된다. 서울시는 이번 침수가 10일 상오 4시께부터 지하철 6호선 6공구 공덕교차로의 하수로를 타고 빗물이 유입돼 공덕정거장 출입구를 거쳐 한강 하저터널구간으로 모여들어 일어났다고 밝혔다. 물은 인근 밤섬정거장이나 공덕정거장보다 낮은 곳인 4백20m구간에 수심 1m높이로 찼다. 서울시는 양수기 6대를 동원, 인공섬 중앙 집수정에서 11일 밤늦게까지 하저터널구간에 고인 6천톤의 물을 뽑아냈다.
한강하저터널의 침수는 지하철 5호선의 전반적인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침수는 지난해 집중폭우때와 달리 적은 비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시민은 이같은 2차례의 침수사고로 『11월에 5호선이 개통되더라도 어떻게 믿고 탈 수 있겠느냐』며 지하철에 대한 불신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이번 사고는 대한토목학회가 지난해 5월부터 2월까지 서울시의 2기지하철 5∼8호선 1백60㎞ 공사구간의 설계도를 검증해 7백63군데의 설계 잘못을 지적한뒤 불거져 나와 하저터널구간은 물론 서울시내 2기지하철 전구간에 대해 다시한번 면밀한 점검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는 이번 침수는 10일 상오 4시 공덕역 정거장 공사현장의 윗부분에 있는 하수구에서 우수 및 토사가 넘쳐 대합실 출입구로 들어가면서 지대가 낮은 하저터널로 흘러들어 일어났다고 밝혔다.
시는 공덕역을 건설하면서 지하에 매설된 기존 하수관로를 철거한뒤 나머지 관로와 연결하기 위해 임시로 철제 가배수로를 설치해 놓고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5개의 하수관 중 2개는 가배수로를 설치했으나 나머지 3곳은 설치가 안돼 임시로 막아놓은 모래주머니가 빗물의 압력에 무너져 빗물이 유입됐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시는 또 공덕역에 우수가 유입된 것은 지상과 계단으로 연결해야 하는 정거장 대합실 출입구쪽의 구조물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지하철건설본부는 『가배수로는 20일까지 설치된다』며 『그전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 하수관로와 정거장 출입구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비로 하저터널은 터널연장 1천2백88m의 3분의 1 가량인 4백20m가 터널구간중 가장 지대가 낮은 중간지점의 집수정을 중심으로 잠겼다고 밝혔다. 침수깊이는 50㎝∼1m로 총 유입량은 6천여톤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10일 하오 4시부터 중앙집수정이 있는 인공섬에서 양수기 6대를 동원, 11일 밤늦게야 물을 다빼냈다.
이는 지난해 8월24일 8m높이 한강터널을 포함한 신길―공덕역 4㎞구간이 완전히 잠겨 한달여동안 물빼기작업을 한 것과 비교할때 큰 피해는 아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2백20㎜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던데 비해 이번에는 하루종일 67.9㎜가 내렸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특히 기상청에 따르면 10일 상오 4시 현재 강우량은 25.5㎜밖에 안돼 이같은 적은비에 하수가 월류했다는 서울시의 설명은 석연치 않다.
이번 침수가 한강하저터널에 대한 구조상의 안전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에 대해 철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침수이후 실시된 안전점검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같은 잦은 침수는 콘크리트외벽 등 구조물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지하철건설본부측은 『침수량이 많지 않아 구조상 안전한 것으로 판단되나 양수작업이 끝나면 관계전문가와 안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공사 지연없이 예정대로 개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히고 있다.
한강 하저터널구간은 11월 개통예정으로 현재 레일과 전기 전력선이 설치된 상태. 지하철건설본부는 다행히 전동차를 컴퓨터 등으로 자동 운행케 하는 신호설비가 설치되지 않아 시설에 대해 큰 피해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만약 신호설비가 설치돼 물에 잠겨 고장났다면 막대한 예산이 추가됨은 물론 5호선 하저터널구간의 개통시기와 12월 예정인 2호선 당산철교 철거시기까지 늦춰야 하는 등 서울시의 각종 건설·교통정책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칠 뻔했다.
두차례의 한강하저터널 침수는 모두 하수체계와 관련돼 하수관 구조와 위치 등을 철저히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개통이후 이같은 침수사태가 발생할 경우 상상하기 힘든 대재난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침수는 집중호우로 한강수위가 높아지면서 하수수문에 도달하자 한강물이 역류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문을 닫았다가 여의도지역의 빗물이 하수도로 일시에 몰리면서 폐쇄된 주하수도 수문에서 역류, 개착구간인 여의도역 지하하수 박스 맨홀을 통해 물이 순식간에 쏟아져들어와 일어났었다.
그때문에 당시에도 하수도 수문이 웬만한 호우를 감당하기 힘든 낮은 위치에 설계, 시공돼 한강수위가 하수도 수문을 넘어설때마다 수문을 폐쇄해 하수 역류 피해가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5호선은 현재 강서구간과 강동구간 등이 일부 개통됐고 영등포구간이 7월, 한강하저터널구간이 11월 개통되면 전구간이 개통되는데다 도심을 관통하는 2기지하철중의 황금노선으로 이용객이 엄청날 것으로 예상돼 전 구간 개통에 앞서 시민안전을 위해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이번 침수를 계기로 장마철에 대비해 시내 2기지하철 공사구간에서 환기구나 엘리베이터 박스 등 빗물이 들어갈 수 있는 구조물에 조사를 벌여 유입방지시설 등을 설치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한강하저터널 침수외에도 이번 비에 우리나라의 관문인 5호선 김포공항역의 천장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등 5호선 곳곳에서 부실시공사례가 발견되고 있다. 실제로 대한토목학회의 설계도검증을 통해 설계잘못으로 기둥 설치 등 보강작업을 한 17곳중 11곳이 5호선구간이었으며 이 가운데 상일역은 41개의 기둥을 새로 설치하기도 했다. 시민이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지하철행정이 절실한 상황이다.<임종명 기자>임종명>
◎여의도 하저터널/길이 천2백88m,지름 6.3m/지반 허약·토사흘러 난공사꼽혀
한강하저터널은 지하철 5호선 밤섬역과 마포역 사이를 이어주는 터널로 한강바닥보다 15.6∼30m가 더 낮다. 강 바닥 아래를 관통하는 터널은 우리나라에서 한강하저터널이 최초다. 5호선 광나루와 천호동 구간은 한강에 물막이를 설치한 다음 바닥을 파고 구조물을 설치한 것으로 한강하저터널과는 방식이 다르다.
92년 10월 공사가 시작돼 94년 11월부터 95년 3월 사이에 차례로 관통됐다.
길이는 1천2백88m며 지름 6.3m짜리 쌍굴이다.
서울시는 공사와 열차 운행중에 발생하는 소음을 줄이고 관련 부지가 필요없는등의 이유로 철교 대신 하저터널을 선택했다.
그러나 지반이 약한데다 토사가 흘러내리는등 어려움이 많아 5호선 공사중 최대의 난공사로 꼽혔다. 실제로 암반을 발파하다보면 물이 밀려오기 일쑤였다. 공사비도 m당 5천8백만원으로 다른 공법의 2배가까이 들었다.
시는 공기 맞추기가 어려워지자 여의도와 마포 사이 한강 한복판에 인공섬을 설치했다. 약 2천㎡인 인공섬에는 하저터널과 연결된 수직구가 있어 이곳으로 사람과 장비가 투입되면서 작업 추진속도가 훨씬 빨라져 16개월을 단축했다. 인공섬은 11월 지하철 5호선 개통에 앞서 10월말께 철거될 예정이다.<박광희 기자>박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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