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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2세와 우리말(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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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포2세와 우리말(프리즘)

입력
199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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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초 뉴욕에 정착해 청춘을 일만하다 보냈다는 50대의 한 교민은 요즘 결혼을 앞둔 아들과 이야기 하다보면 왠지 서글퍼진다고 말한다. 그는 「어른」이 될 아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입안을 맴돌지만, 이를 표현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일상적인 대화야 문제될 게 없지만 깊은 속내를 끄집어내자니, 영어는 짧고 우리말은 아들이 알아듣지를 못한다는 것이다.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부인과 가게를 돌봐야했던 그는 아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칠 겨를이 없었다고 한다. 그까짓 한국말은 미국 사회에서 필요없다는 생각도 했다. 게다가 언어장벽 때문에 당한 설움을 생각하면 영어를 제나라 말처럼 잘 하는 아들이 대견할 따름이었다.

이같은 이유로 우리말을 제대로 못하는 한인 2세들이 적지 않다. 미국 주류사회 진출에 성공했다는 30대 전후의 2세중 상당수는 쉬운 한국말만 알아듣는 수준이다. 「네이티브 스피커」로 유명한 작가 이창래씨도 미국인이 놀랄만큼 빼어난 영어문장을 구사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막상 우리말은 매우 서툴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웬만한 지역에는 한인 사회가 형성돼 아이들끼리도 자연스레 우리말이 오간다. 한국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우리말을 제2외국어에 포함시키는 미국 고등학교도 생겨나고 있다. 일부 부모들도 자녀들이 우리말을 잘 하면 득이되면 됐지 손해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세계화의 큰 무기인 영어에다 전문지식만 더하면 한국에서 얼마든지 대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컬럼비아등 명문대생중에도 한국기업이나 한국관련 미국기업에 취직하려고 우리말을 열심히 배우는 2세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한인 2세들이 우리말을 영어만큼 잘 하는 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주류사회진출의 벽이 너무 두터워 그 대안으로 우리말을 선택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이들은 더 많은 땀과 눈물을 감수하더라도 미국 주류사회로 뛰어들어 뿌리를 내리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우리말은 좀 서툴지만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창래」가 값지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뉴욕=김인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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