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여론따라 고심끝 결정/“본격지원 북 태도 변해야” 고수정부는 11일 유엔을 통한 3백만달러 수준의 배합분말 및 분유의 대북지원을 공식발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쌀제공 이후 중단됐던 정부 차원의 대북지원이 상징적 규모이긴 하지만 8개월여만에 재개됐다. 정부는 또 쌀을 제외한 대한적십자사의 대북 곡물지원 허용 방침을 밝혀 민간차원의 대북 지원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인다.
권오기 통일부총리는 『북한 주민들의 어려움 해소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마음의 지원이다』라고 이번 조치가 인도적 차원에서 추진됐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번 조치는 인도주의적 목적이라는 명분이 뚜렷함에도 불구하고 추진과정에서 자발적, 주도적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최근까지 미국과 유엔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사회와 국내 종교·민간단체의 대북지원 여론은 정부의 판단을 앞질러 왔다.
북한은 우리의 지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대미관계 개선이야말로 한반도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라는 기존입장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도 이같은 점을 감안, 다음주로 예정된 유엔의 대북지원 설명회참석 등 형식적인 절차를 밟기에 앞서 지원 결정을 내렸다.
정부의 한 당국자도 『북한이 우리의 결정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성의표시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우리를 배제한 대미·대일 일변도 정책의 효율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사례로 받아들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지원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달 12,13일 제주에서 열린 한·미·일 3국 고위정책협의회에서도 우리측은 3국이 정부차원의 대북식량지원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발표했으나 미국은 이후 반공개적으로 대북지원의사를 표명해 왔다.
정부 역시 이번 대북지원 결정의 무게를 남북관계 개선보다는 국제사회 동참쪽에 두는 분위기다. 그래서 규모를 미국과 일본이 내정한 6백만달러의 절반 수준인 3백만달러로 결정했고 지원품목도 어린이용 배합분말과 분유에 국한했다. 이와 함께 권부총리는 정부차원의 본격적인 대북지원이 이뤄지려면 북한이 4자회담을 수용해야 하고 「한반도내 당국자회담과 대남비방방송 중지」의 3원칙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정부는 이번 지원결정이 북한주민들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반영하고 있으며 통일 노력의 한 과정에서 이뤄졌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유엔의 1차 대북지원 요청 당시 정부는 2백만달러를 지원하려 했으나 여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번에도 정부가 현금·곡물 지원 불가 원칙을 바꾸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정부는 월드컵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달 30일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허용방침을 슬그머니 밝혔고 이번 결정에 앞서 여당에서 대북지원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토록 하는등 나름대로 사전정지작업에 노력했다.<김병찬 기자>김병찬>
◎배합분말콩·옥수수가루 혼합 어린이용/분유1백만불어치 약2백톤 될듯
정부가 결정한 3백만달러의 대북지원액 중 2백만달러는 배합분말, 1백만달러는 분유 구입에 사용된다.
배합분말은 콩가루와 옥수수가루를 섞은(CORN SOYBEAN BLEND) 어린이용 식품. 정부는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지원 리스트 중 아동식량품목에서 이를 택했다. 영양분을 높이기 위해 비타민 A와 D가 첨가되며 주로 이유식으로 쓰인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소비되지 않고 있다.
배합분말의 배합비율과 가격 등 구체적 사항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2백만달러를 기탁하면 WFP에서 알아서 구입, 북한에 지원하기 때문이다.
분유 1백만달러 어치는 대략 2백톤에 해당한다. 분유는 20㎏들이 밀폐용기에 포장 보관되기 때문에 2백톤 분유는 1만개의 분유통에 실려 북한으로 보내진다.<김병찬 기자>김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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