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격렬 비난… 독·이선 제소 검토영국과 유럽연합(EU)의 「쇠고기 전쟁」이 차츰 거세지고 있다.
10일 룩셈부르크의 EU외무장관 회담장은 한마디로 「전쟁터」였다. 영국은 이날 만장일치를 요하는 EU의 의결사항 16개에 대해 반대표를 던졌다. EU가 영국산 쇠고기 전면금수조치 해제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한 항의표시였다. 그러자 나머지 14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1시간여동안 『영국은 방해책동을 철회하라』 『영국의 정책은 논리라고는 전혀 없다』는 등의 비난과 비판을 퍼부었다. EU의장국 이탈리아는 협조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어 영국을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런가하면 독일의 호르스트 제호퍼 보건장관은 이날 EU집행위원회가 5일 영국산 소의 정액과 우지, 젤라틴의 수출을 허용한 조치에 대해 유럽사법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16개 독일 주정부 농무장관들은 이와 함께 집행위의 이 결정을 무시하기로 결의했다.
영국과 EU의 신경질적인 줄다리기는 영국산 소에서 발견된 광우병이 인간의 치명적 뇌질환인 크로이츠펠트―야콥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EU가 3월 27일 영국산 쇠고기 전면수출금지 조치를 내린 데서 비롯됐다. 존 메이저 영국총리는 급기야 5월 21일 금수조치의 단계적 해제를 위한 시간표가 마련될 때까지 EU의 모든 결정에 반대하는 「비협조정책」을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영국은 EU의 활동에 사사건건 훼방을 놓았다. EU집행위의 5일 조치는 이같은 영국의 훼방전략이 거둔 성과다. 영국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스코틀랜드및 북아일랜드산 소와 새로 태어난 송아지에 대한 수출금지 해제라는 다음 단계의 완화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이 영국의 의도대로 풀릴 지는 미지수다. 각국 정부로서는 영국의 제안에 동의할 경우 국민보건을 무시한다는 여론의 공세를 감내해야 하는 부담을 안아야 하기 때문이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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