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를 많이 보십니까?』지난해 문화2부 데스크를 맡은지 얼마 안 됐을 때, 강우석 감독이 물었다. 『화제작은 대개 보지만…, 그래도 외국영화 보다는 덜 볼 겁니다』―『이제부턴 한국영화에도 더 많은 관심을 가지시기 바랍니다』
젊은 감독의 직설적 충고를 듣고 『내가 맡게 된 분야니까, 그럴 생각』이라고 답하면서 속으로는 그때까지의 나태가 부끄러웠다. 그 뒤 그가 감독한 「투캅스」를 비디오로 보면서 그가 지닌 자부심과 재치와 야심을, 또한 한국영화의 자리와 지향성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지난 3월 「학생부군신위」가 상영되고 있었다. 도입부의 지루함이 끝나고 「재미가 붙기 시작한다」고 생각할 무렵, 가운데서 청년 두 명이 일어서고 있었다. 그중 한 명이 큰 소리로 『영화 되게 재미없네』라면서 상소리를 덧붙였다. 내가 한 짓은 아니지만, 분노와 창피함으로 얼굴이 화끈거렸다.
영화는 마침내 흥행에 실패했다. 간판도 일찍 내려졌다. 그러나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곧 이어 이 영화는 한국일보·일간스포츠등이 주최하는 백상예술대상에서 작품상·감독상·특별상을 받았으며, 박철수감독에게는 대상을 안겨 주었다. 또한 대종상에서는 남우조연상·각본상을, 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는 최우수 감독상을 잇달아 수상했다. 흥행상의 불운을 보상받은 셈이다.
즐겁고 가벼운 삶에 길들어져 있을 그 청년들에게는 죽음과 장례를 소재로 하는 그 영화를 끝까지 보기가 쓴 잔을 마시듯이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인내심 약한 그들이 떠난 다음부터 영화는 한결 경쾌해진다. 그리고 반짝이는 재치와 영상언어로 삶의 다양한 편린들을 쓰다듬으며 아름다운 화해의 바다에 이른다.
「양들의 침묵」 「브레이브 하트」등의 외국영화들이 아카데미상을 받은 후 그랬듯이, 이 영화도 계속된 수상을 계기로 종영 2개월만에 재상영되고 있다. 이 점이 우리문화의 한 단계 성숙을 말해주는 것같아 퍽 다행스럽다. 우리의 감각을 세련시키고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가질 때, 문화의 키는 자란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