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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워너 위원 지원사격 큰 힘(정몽준 파일: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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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워너 위원 지원사격 큰 힘(정몽준 파일:11)

입력
1996.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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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벨란제 텃밭 중남미표 이탈/일측서 비밀자금 받고도 한국 지지/“내친구니까 걱정말라” 오히려 위로사우디아라비아의 알다발 집행위원이 드러내 놓고 일본의 월드컵 유치활동을 펼친 반면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잭 워너 집행위원은 한국유치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워너위원은 알다발위원과는 달랐다. 그는 자발적으로 한국에 호감을 보였고 정몽준회장과는 인간적으로 가까워 유치 막판 일본의 집중적인 로비에도 끄떡하지 않고 한국을 지지했다.

개최지 결정투표일을 1주일 정도 남겨 놓고 한국과 일본은 카리브해의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마지막 유치대결을 폈다. 당시 그곳에는 제1회 쉘 움브로카리브컵 국제축구대회가 열렸고 주앙 아벨란제 회장을 비롯한 8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집행위원이 집결했다.

대회 호스트인 잭 워너위원은 대회중인 지난달 23일 열린 일본유치위 주최 환영만찬에서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2002년 월드컵 유치를 위해 한국과 일본은 정말 열심히 뛰었다. 승자와 패자가 갈리겠지만 월드컵유치에 실패했다고 결코 패한 것은 아니다. 월드컵은 2002년 말고 영원히 계속되기 때문이다. 기회는 또 있다』

환영만찬을 준비한 일본 유치위 관계자들은 순간 침묵했다. 그의 말을 곱씹어 보면 「일본이 비록 이번 유치전에서 패하더라도 결코 실망하지 말라」는 투의 위로성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워너위원의 발언이 나온 다음날 일본에서는 일본의 유치열기에 찬물을 끼얹는 말이 또다시 튀어 나왔다. FIFA 집행위원국인 코스타리카의 피게레스대통령이 방일중 『일본지지를 약속할 수 없다』며 『코스타리카의 축구협회는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돼 있다』고 밝힌 것이다. 사실 일본은 유치 막판에 이르자 FIFA 집행위원인 이삭 사소 사소가 있는 코스타리카 대통령을 초청하여 일본지지를 유도해 낼 생각이었다.

북중미카리브 축구연맹(CONCACAF) 회장인 잭 워너 위원이 한국에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월드컵 유치위의 송영식사무총장과의 인연이 큰 계기가 됐다.

외부무차관으로 영전한 박건우총장의 후임으로 유치위와 관계를 맺은 송총장은 부임전까지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대사로 근무했다. 송총장은 대사시절부터 잭 워너위원을 비롯한 현지 축구관계자들과 돈독한 사이를 맺고 있었다. 일본 언론은 잭 워너위원을 「정회장의 건맨」으로 부를 정도로 그는 한국과 아주 친밀한 관계였다.

한국이 유치활동에 뛰어든 이후 한국을 방문한 FIFA 집행위원은 10여명 정도였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한국을 찾은 위원도 잭 워너였다.

94년초 FIFA부회장 선거 때문에 정신이 없었던 정회장은 그 와중에서도 집행위원에 대한 접촉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정회장은 94년 프로축구 개막식에 그를 초청했고 워너위원은 흔쾌히 수락했다.

당시 정회장은 워너위원이 너무나 쉽게 초청에 응했고 『한국유치를 적극 돕겠다』고 하자 한때 무슨 저의가 있나 경계하기도 했다. 또한 그가 일본의 초청에도 응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자 『혹시 양다리를 걸친 전형적인 로비이스트가 아닌가』의심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진실됨을 읽은 정회장은 그와 인간적인 면에서 친분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한때 정회장은 유치활동에서 일본보다 우위에 서게 되자 『유럽의 공동개최 제안을 거절하고 표대결로 단독개최를 이끌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가졌다.

정회장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에 대해 어떤 집행위원이 『표대결해도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왜 공동개최를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느냐』고 질책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회장은 그 집행위원을 구체적으로 거명하진 않았지만 관계자들은 잭 워너위원을 손쉽게 거명할 정도로 그는 정회장에게 가장 가까운 집행위원이었다.

잭 워너위원에 얽힌 또다른 일화 한가지.

일본은 2월 트리니다드 토바고 주재 대사를 통해 『5월 캐나다 애드먼턴에서 열릴 애틀랜타 올림픽 CONCACAF 최종예선전 기간에 사용해 달라』면서 CONCACAF 회장인 잭 워너위원에게 22만달러를 내놓았다. 또한 축구전용구장도 지어주겠다고 제의했다.

잭 워너위원은 일본의 비밀 제안을 정회장에게 즉각 털어 놓았고 일본에 비해 별달리 해줄 것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정회장을 보고 『당신은 내 친구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오히려 위로까지 해줬다.

코스타리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2명의 집행위원이 있는 중미와 4명의 위원이 포진한 남미는 사실 브라질 출신 아벨란제회장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중미위원들이 아벨란제 진영에서 이탈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남미지역 집행위원마저 심정적으로 한국을 지지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축구광인 메넴 대통령이 한국을 적극 지지, 그론도나 집행위원은 한때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축구계에서는 절대군주인 아벨란제회장을 지지할 수밖에 없었지만 대통령이 한국지지를 당부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정투표까지 갔을 경우 한국은 그론도나위원이 한국으로 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할 정도였다.

죽어도 단독개최를 고수하겠다고 공언하던 아벨란제회장이 공동개최를 수용할 수밖에 없기 까지에는 자신의 사위인 테이세이라 브라질 집행위원마저 자신의 표라고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테이세이라위원은 지난해 9월 브라질 대표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했다.

일본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마치고 한국을 찾은 그는 출국 직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축구열기와 역대 월드컵 성적 등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월드컵을 개최할 만한 충분한 능력과 자격이 있다』고 밝혔다.<전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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