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수사 아닌 「새정치」 소신”/척박 현실속 「실험」성과 주목이홍구 신한국당대표는 10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현 파행정국에 대한 대처방식과 해법을 재차 제시했다. 그는 『15대 국회는 한차원높은 새정치의 틀을 만들라는 국민적 바람위에서 출범했다』고 전제, 『따라서 국회에서는 토론과 협의, 표결원칙이 존중돼야하며 절대로 물리적 힘이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소 답답하더라도 조급히 서둘러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여유와 유연성을 갖고 상황에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당의 입장을 관철하되 실력행사 등「구태」를 배제하고 철저히 의회주의적 절차와 방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대표식 해법은 일견 여당의 정치발전과 대야협상의지를 부각, 야당측 명분을 그만큼 약화시킴으로써 향후 협상의 우위를 점하고 궁극적으로 야당의 등원을 유도하겠다는 전략적 고려에 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더욱이 야당이 실력저지를 계속하는 한 의장단선출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감안할때 신한국당으로서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이대표의 발언강도와 주변인사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이것이 단순히 전략적 차원의 수사만은 아님이 감지된다.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는 선진적 정치관행의 정착을 자신의 소명으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한달, 두달이 걸리더라도 절대 무리한 방법으로 원구성을 강행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대표의 무게중심이 조속한 원구성이라는 실리보다는 새 정치라는 명분쪽에 쏠려있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를 확대해석하면 『약간의 양보를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정국을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다.
현재까지는 이를 두고 여권핵심부와 이대표사이에 이견이나 불협화가 있는 것같지는 않다. 일단 여권핵심부의 전략적 계산과 이대표의 구상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선을 염두에 둔 3김의 기세싸움이라는 이번 여야대결의 본질에 비추어 이대표의 태도가 대야협상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권핵심부와 지속적인 공감대를 이뤄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없지않은 게 사실이다. 현재도 그렇고 앞으로의 여야관계는 갈수록 타협의 여지를 남기지 않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으로 흐를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대표는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최근 민주계 실세중진과의 전화접촉, 의원들과의 연쇄 오찬회동 등을 통해 자신의 입장에 대한 공감대확산에 주력했다.
척박한 현실정치속에서 이대표의 정치실험이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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