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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줄이은 모방에 첫작 「화이트」 성공 무색(TV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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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줄이은 모방에 첫작 「화이트」 성공 무색(TV평)

입력
1996.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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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등 대중문화가 보편화한 지금, 색채와 이미지가 우리 의식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자유, 평등, 박애등의 이념을 세가지 색깔에 담아 보여준 폴란드 감독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블루」 「화이트」「레드」는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연상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다.순수, 질투, 희생등 사랑의 다양한 면을 각각의 색깔로 구체화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한 16부작드라마 「컬러」(KBS2 월화 하오9시50분)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시도를 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술드라마를 표방하고 시작한 「컬러」에 거는 시청자의 기대는 컸다.

첫번째 「화이트」는 스키장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은채와 부잣집 아들 재민의 만남과 순수한 사랑을 간결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것 같았다. 눈밭 배경과 전체적으로 희게 탈색된 듯한 느낌을 준 촬영기법도 주제와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레드」「보라」「갈색」등으로 이어지는 작품들은 영화에서 너무 많은 것을 빌려왔다는 느낌을 준다. 작가 지망생인 민수와 열정적인 화경의 사랑과 집착을 그린 「레드」는 과도한 정열로 인한 파멸과 여주인공의 자해등이 영화 「베티블루」를 그대로 연상시키고 있다.

건너편 아파트에 살고 있는 수경을 훔쳐보면서 사랑의 환상을 키워가는 우진이 수경의 문란한 생활에 상처를 입는다는 내용의 「보라」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과 유사하다.

유부남 라디오 음악PD와 생활에 권태를 느끼는 그의 아내, 미혼의 라디오 구성작가의 삼각관계를 그린 「갈색」은 지난해 방송된 「드라마게임」의 「불란서영화처럼」을 재연한 것만 같다.

「혼성모방」이 하나의 기법으로 인정받는 지금 작품의 독창성을 문제삼는 것은 무리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장등의 작품을 차용하지 않고 드라마의 예술성을 얻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김동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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