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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쟁시대를 열자­본보,ABC참여 결정에 붙여(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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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한 경쟁시대를 열자­본보,ABC참여 결정에 붙여(사설)

입력
1996.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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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가 발행부수를 공개 했다. 6월10일 현재 국내 1백90만5천8백90부 해외 21만5천6백50부등 총 2백12만1천5백40부를 발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한국ABC(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협회를 통해 이를 인증받기로 했다. 한국일보는 ABC협회 규정에 따라 금년 6월분부터 발행부수 공사보고서를 제출, 예비공사와 본공사의 절차를 밟아 공식적으로 협회인증을 받게 된다.한국일보가 발행부수를 공개키로 한 것은 첫째, 공정하고 정직한 신문을 지향하는 창간 42년의 전통에 보다 충실코자 하는 것이며 둘째, 혼탁한 신문시장의 경쟁질서를 바로잡는데 기여하자는 것이고 셋째, 지나친 상업주의와 맹목적인 대중영합으로 오염 굴절된 언론의 위상을 바로 세워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이다.

수십년 묵은 독과점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80년대 말 이후 언론시장은 생사존망의 무한경쟁에 휘말려들어 상업적 타락을 자초했다. 독자가 원하지도 않는 신문을 수십만부씩 찍어 무가지를 뿌려대 엄청난 자원낭비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며 각종 연고들을 동원해 할당제로 수십만 독자를 급조하기도 했다.

공기임을 망각한 무제한의 덤핑공세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시장쟁탈전으로 신문시장은 무질서와 혼란, 출혈적 낭비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시장쟁탈만을 노리는 강렬한 상업적 집념 때문에 언론의 사명이나 역할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듯한 형국이다. 정부가 공정거래위로 하여금 언론시장의 부당 과열경쟁을 조사까지 하게했던 것은 신문이 스스로 자초한 수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신문시장의 저급한 경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는 경쟁의 장이 좀더 투명해야 한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통해 독자들의 심판을 받을 자세가 돼있어야 비로소 신문이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신문은 사회의 거울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비춰주는 것이 신문이다. 신문이 사회의 거울로서 제 역할을 다하려면 스스로 깨끗해야 하며 정직해야 한다. 이념적 편향으로 색안경을 끼거나 특정 계층이나 집단의 이해관계에 종속돼 굴절된 거울로 세상을 비춰서는 안된다.

한국일보는 2백만부가 넘는 부수를 공개하면서 이 부수에 걸맞은 질적 완성을 다시한번 다짐한다. 정확하고 정직한 신문, 계층적 이념적 편향이 없는 공정한 신문을 통해 「정보의 신세계, 뉴스토피아」를 열어 갈 것이다. 뉴스토피아는 정확하고 바른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는 열린 세상, 정보의 평등화 민주화 인간화가 된 곳으로 이런 뉴스토피아의 실현이 창간42주년을 맞아 부수를 공개한 한국일보의 또다른 결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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