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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친일 노골화에 “진땀”(정몽준파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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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친일 노골화에 “진땀”(정몽준파일: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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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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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다발 위원과 악연 고전연속/사우디팀 방일에 서둘러 한국 초청/FIFA실사반 입국 맞물려 만점홍보2002년 월드컵의 개최지 결정투표일인 6월1일이 시시각각 다가오면서 정몽준회장을 제외한 20명의 FIFA집행위원들의 성향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회장은 이미 일본지지를 공공연하게 밝힌 주앙 아벨란제 회장에 대해서는 아예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의 알다발 집행위원이 계속 신경을 건드렸다.

지난해부터 일본 편향의 냄새를 은근히 피우기 시작했던 알다발위원은 새해들어서는 노골적으로 일본 편들기에 나섰다.

○정보통필요 일서 포섭

FIFA의 최대 실력자인 아벨란제회장을 끌어들인 일본이지만 그들의 최대 고민은 FIFA내에 자신의 사람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한국은 정회장이 FIFA부회장으로서 한표를 행사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FIFA내의 움직임을 그때 그때 파악하고 이에 대처하고 있어 일본은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또한 FIFA나 각대륙연맹의 회의에 정회장은 자연스럽게 참석, 집행위원들과 어울렸지만 일본은 회의가 끝난 뒤 환영만찬이나 열어 집행위원들의 참석을 기다릴수 밖에 없는 처지였다.

고민 끝에 일본이 끌어들인 FIFA 집행위원이 바로 알다발이었다.

사실 한국과 알다발위원과의 「악연」은 이미 93년 12월에 시작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94년 미국월드컵 조추첨식에 한국대표로서 정회장과 유치위원장으로 내정된 이홍구 당시 평통자문위원회 수석부의장이 참석했다. 국제축구계에서는 신출내기에 지나지 않았던 정회장은 알다발위원이 로스앤젤레스에서 승용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외곽도시에 사우디 축구협회 관계자들과 함께 머무르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해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총회에서 정회장이 아시아담당 FIFA부회장으로 선출됐을 때 알다발은 FIFA 집행위원으로 당선돼 친밀감을 느끼고 있었다. 정회장은 저녁식사에 그와 사우디협회 관계자들을 모두 초청했다. 그도 한표를 행사하는 집행위원이기에 그가 묵고 있는 숙소까지 찾아가 만찬을 베풀겠다고 호의를 보인 것이다. 그러나 먼길을 찾아간 정회장은 큰 낭패를 봤다. 당연히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어야 할 알다발 일행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더욱이 이홍구 유치위원장 내정자와 함께 있었으니 정회장은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고 모욕감으로 속이 부글부글 끓어 올랐다.

○만찬약속펑크 사례도

후에 그를 만났을때 『무슨 사고가 있었느냐』며 조심스럽게 질문하자 그의 대답은 간단했다. 『호텔 로비에다 「떠나야 하기 때문에 식사에 참석할 수 없다」는 메모를 남겼는데 보지 못했느냐』는 대답이었다.

정회장은 지난해 10월 중순 사우디 국가대표팀이 일본을 방문해 대표팀간의 친선경기를 갖는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알다발의 일본성향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결코 앉아서 기다리지 못하는 성격의 정회장은 곧바로 알다발에게 국제전화를 걸었다.

『한국과 일본이 사활을 걸고 유치경쟁을 펼치고 있는데 일본에만 대표팀을 보낸다는 것은 당신 자신을 위해서도 별로 좋지 않다』며 운을 뗐다. 이어 『일본에서 한국은 비행기로 2시간 거리다. 일본에서 경기를 끝내고 한국에 와서 친선경기를 갖는게 어떻겠느냐』고 제의했다. 정회장의 은근한 협박과 애원을 듣고 잠시 생각하던 알다발은 『그렇게 하자』고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사우디 대표팀의 방한은 급조됐다. 그러나 사우디와의 친선경기 날짜는 오래전에 기획한 것처럼 절묘했다. 10월 31일 잠실로 예정된 경기일에 FIFA 실사조사단이 입국하기 때문이었다. 유치위측은 조사단이 입국하면 하오에 휴식을 취하게 한 뒤 저녁때 잠실로 데려와 한국축구의 열기를 과시한다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일에 모든정보 누출

하오 7시에 시작된 이날 경기는 거의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6만 대관중이 운집했고 이들은 「2002 월드컵 코리아」를 쉴새 없이 연호, 조사단을 감동시켰다.

정회장과 악연으로 시작했고 일본을 도와주기 위해 방일 경기까지 추진했던 알다발위원은 정회장의 요청으로 어쩔 수 없이 대표팀을 한국에까지 보냈지만 이런 결과가 나올줄 알았다면 한국방문을 결코 허용치 않았을 것이다.

새해들어서 알다발위원의 일본 손들기는 본격화 했다. 알다발위원은 아예 일본의 나가누마 겐 축구협회장이나 무라타 다다오 유치위 집행위원과 행동을 같이 했다. 그는 집행위원의 직함을 내세워 각종 회의에 참석하면서 모든 정보를 일본측에 유출시켰고 다른 집행위원들과의 접촉을 주선하기도 했다.

그의 이같은 친일적 태도는 유럽과 아프리카 중남미 집행위원들로부터 반감을 사는 정도에 이르렀고 일본은 오히려 그의 지나친 협조로 손해까지 보게 됐다.

개최지 결정투표가 임박해 오자 알다발위원의 행동은 도를 지나쳤다.

○“공동개최 주장” 억지

취리히에 지난달 22일 도착한 알다발위원은 집행위원들을 붙잡고 노골적으로 일본지지를 호소했다. 31일 FIFA 집행위에 앞서 열린 3일간의 각종 분과위에도 빠짐없이 참석하여 「일본 대세론」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도와달라』는 간청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집행위원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FIFA 본부에서 눈물까지 흘리는 제스처도 보였다.

일부 집행위원들은 『일본개최가 얼마나 이득이 되는지는 몰라도 너무 심하다』며 그와 마주치는 것조차 아예 피할 정도였다.

취리히에서 임무를 완수한 정회장은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AFC총회에서 알다발위원과 다시 마주쳤다. 자신의 지나쳤던 친일적 자세에 쑥스러워할 것 같았던 알다발위원은 『나는 처음부터 한·일 공동개최를 주장했다』고 말했다. 정회장은 쓴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전상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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