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하·품질서비스 치열예상/탈락 반발 등 재계 후유증 우려도재계 최대의 관심사인 7개분야 27개 신규통신사업자가 발표됨에 따라 그동안 독점체제를 유지해온 국내 통신산업은 본격적인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값싸고 품질좋은 통신서비스를 골라 선택할 수 있는 「선택적 통신서비스 시대」를 맞게 될 전망이다.
가장 커다란 변화가 예상되는 분야는 이동전화(휴대전화). 2년후 선보일 개인휴대통신(PCS)은 국내 무선통신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음성통화는 물론 데이터통신과 상대방을 동화상으로 보면서 전화를 걸 수 있는 PCS는 저렴한 가격과 고품질을 앞세워 휴대전화분야를 석권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보다 앞서 현재의 휴대전화보다 요금이 저렴한 주파수공용통신(TRS)과 발신전용휴대전화(CT―2)가 등장하면 무선호출서비스(삐삐)처럼 학생들까지 자유롭게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휴대전화 대중화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사업자선정에서 탈락한 그룹들이 조만간 허가될 저궤도위성을 이용한 글로벌위성이동통신서비스와 육상과 공중, 바다를 잇는 플림스(미래공중육상이동통신)사업 등에 잇따라 참여할 것으로 보여 2∼3년내 무선통신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와 함께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양분해온 국제전화분야도 한국글로벌텔레콤이 제3사업자로 참여함에 따라 가격인하와 서비스품질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통신관련 법규에 제3사업자가 등장하면 초기시장진입 보장을 위해 기존사업자보다 낮은 요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소비자들은 일단 값싼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이와 함께 무선데이터통신과 회선임대사업 TRS가 등장하면서 기업통신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영업사원이 외부에서 노트북컴퓨터로 영업보고서를 전송하거나 휴대전화와 흡사한 TRS를 그룹내 물류분야의 새로운 통신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신규통신사업자를 무더기로 선정한 것은 98년 통신시장 개방에 앞서 국내 통신업계의 경쟁력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선 경쟁력강화, 후 시장개방」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석채정보통신부장관은 『1년6개월뒤면 통신시장이 완전 개방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사업자를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경쟁력있는 사업자를 육성, 관련산업계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한편 재계는 신규통신사업자 선정요령이 공고된 지난해 12월이후 이합집산과 흑색선전으로 얼룩진 극심한 이전투구 양상을 보여왔다. 맞수인 현대와 삼성이 손을 잡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나타났으며 곳곳에서 상대방 약점꼬집기등 각종 매터도도 난무했다.
사업자 선정일정이 정치스케줄 때문에 잇따라 연기되고 심사기준과 방식이 수차례 변경돼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받았다. 일부 탈락업체들은 『심사과정에 중대한 오류가 발견됐다』며 이의를 제기할 움직임을 보여 이번 통신사업자선정은 상당한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선정된 사업자들도 컨소시엄형태로 출발했기 때문에 앞으로 2∼3년안에 분리되거나 탈락된 그룹에 합병되는 등 재계는 또한번의 이합집산을 겪게 될 가능성도 크다.<김광일 기자>김광일>
◎사업자선정 뒷얘기/LG,안가 은신 수개월 치밀 준비/혼전 PCS 막판 청문회때 당락 감지
10일 발표된 신규통신사업자 선정결과는 재계판도를 뒤바꾸는 최대의 이벤트라는 명성에 걸맞게 숱한 화제와 뒷얘기를 남겼다.
○…PCS분야의 경합업체들은 그동안 극도의 보안으로 판세를 가늠하지 못하다가 이달 3,4일 열린 사업자청문회를 통해 당락여부에 대해 대충 감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버넷의 경우 최종 발표가 있기 하루 전에 정보통신부로부터 탈락사실을 통보받았으나 이보다 앞서 청문회 직후에 판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감을 잡고 있었다는 후문.
LG텔레콤은 막판까지 낙점사실을 확인하지 못했지만 청문회때의 분위기에서 안정권에 들어섰다는 감을 느꼈다는 것.
LG는 청문회때 심사위원들로부터 집중적인 질문을 받아 무선망 설계분야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 반면 에버넷은 간략한 질문을 받는데 그쳐 심사위원들이 에버넷쪽보다는 LG텔레콤의 사업계획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바람에 우세를 낙관했다는 것.
○…삼성그룹 비서실의 한 관계자는 『이달초 청문회심사때 에버넷의 우세가 확실했다』며 심사결과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관계자는 『정보통신부가 5일 느닷없이 사회공헌도를 주요 심사기준으로 제시해 상황이 우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는 감을 잡았다』고 말했다.
○…LG그룹의 PCS 사업추진팀은 여의도 쌍둥이빌딩 본관에 홍보실무자만 남긴채 전원이 안가에 은신, 수개월간 치밀한 준비작업을 진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PCS사업단은 지난해 중반부터 서울 서초동의 반도빌딩 8층을 전세내 극비리에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그룹 고위층 가운데서도 안가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는 것.
사무실이 들어있는 8층에는 엘리베이터도 서지 않도록 했으며 출입자들은 7층에 내려 보안검색을 받은후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8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LG텔레콤과 한솔텔레콤은 그동안 떠돌던 소문대로 사업권을 따내는데 성공했지만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LG그룹은 경쟁업체들이 「데이콤의 숨은 최대주주」라는 점을 끝까지 물고 늘어져 곤욕을 치렀고 한솔그룹 역시 공정거래위원회 독점국장 구속등 뇌물사건에 직접 연루돼 기업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기도 했다.
○…10일 상오10시 신규통신사업자가 발표된다는 소문이 흘러나오면서 이날 상오 정보통신부에는 당락여부를 묻는 신청업체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해 한때 업무가 마비될 정도. 특히 PCS 장비제조업체군에는 LG그룹 합격설이 설득력있게 나돈 반면 비장비제조업체군은 금호 효성연합인 글로텔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11시를 넘기면서 한솔그룹으로 급선회하는 등 반전. 이 때문에 한솔과 금호, 효성및 아남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
○…정보통신부는 일요일인 9일 심사가 완전 종료되자 보안문제를 들어 10일 통신위원회를 긴급 소집, 하오2시에 발표하는 숨막히는 「극비작전」을 전개. 정통부는 심사결과가 확정된 이상 새나갈 가능성이 높은데다 관례대로 통신위원회 개최후 2∼3일뒤에 이를 발표할 경우 보안유지가 힘들다고 보고 이날 통신위원회 의결을 거쳐 전격 발표.<선년규·남대희 기자>선년규·남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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