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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루한 소모전 언제까지/접점 못찾는 대치정국 향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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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지루한 소모전 언제까지/접점 못찾는 대치정국 향방

입력
1996.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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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국면유리”속 장기전 태세/대화도 「휴회시한 12일」 이후나정국이 파행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충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고 완승을 지향하는 오기만이 가득한 형국이다. 여야 모두 명분의 우위를 고집하며 장기전을 불사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당분간 전도를 예측하기 힘든 지루한 소모전이 계속될 전망이다.

장기화 기미를 보이는 경색정국의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여야의 득실이고 다른 하나는 돌파구가 어느 시점에, 어떻게 마련되느냐이다. 이들 두 사안은 서로 맞물려 있다. 실보다 득이 크다고 판단하면 타협국면이 조성되기 어렵고 반대로 부담을 느끼면 정국해법의 모색시점이 당겨질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야가 모두 『파행정국의 장기화로 손해볼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여야가 현재의 국면을 아전인수식으로 유리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접점도출이 쉽지 않은 것이다.

신한국당은 「법대로」라는 표현으로 현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신한국당은 법에 따라 원구성을 하려는데 야당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내세우고 있다.

신한국당은 특히 과거처럼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는 점도 여당의 변화로 부각시키고 있다. 따라서 시간이 갈수록 「법을 준수하는 여당, 법을 무시하는 야당」으로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는게 신한국당의 계산이다.

야당은 역으로 신한국당의 인위적인 여대구도 조성을 권력의 오만으로 등식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신한국당이 총선민의, 정치도의를 무시한채 무소속을 영입하고서 원구성에 한해서만 법을 강조하는 것은 독선적 편의주의라는게 야당의 주장이다. 더욱이 신한국당이 타협이라는 정치의 기본을 도외시한채 법준수만을 외치는 현실은 희화적이기까지 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야의 득실계산은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다. 실제 여론도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는 않고 있는 것같다. 여야가 파행정국의 장기화 국면에서 얻는 것도 있고 잃는 것도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총체적으로는 정치권 전체가 감당하기 힘든 부담을 안을 공산이 크다. 여당은 정치력 부재, 독선적 정국운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고 야당은 구태, 법규 외면이라는 질책을 받게 된다. 지엽적이고 단기적 사안에서는 여야간에 득실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으나 전체 구도를 놓고 보면 여야, 나아가 15대 국회가 초장부터 실패자로 낙인찍힐 우려도 있다.

「모두가 패자」라는 결과는 현정국을 주도하는 그룹에 치명적일 수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를 고려한다면 소모적 정쟁은 현재 부각돼 있는 지도급 정치인의 이미지추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색정국 장기화는 정치권 전반, 대권후보군에 부담스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타협모색이라는 또다른 흐름을 필연적으로 유도하게 된다. 물론 극적인 국면반전이 하루 이틀 사이에 이루어지기는 힘들다. 더욱이 12일까지의 휴회를 놓고 여당은 적법하다고, 야당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어 그 이전의 대타협은 기대하기 어렵다. 12일은 여야의 자존심이 함께 걸려있는 묘한 날짜가 된 것이다. 따라서 타협국면은 빨라야 12일 이후에나 조성될 전망이다. 그것도 여야가 파행정국 장기화의 부정적 결과들을 미리 예측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대권구도를 의식, 일방적 승리만을 추구한다면 의외로 경색정국은 오래 갈 수도 있다.

여야 모두가 국민의 여망을 외면한채 자기 고집을 무작정 이어갈지 두고 볼 일이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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