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월드컵공동개최 언론서 자축 분위기 일색(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월드컵공동개최 언론서 자축 분위기 일색(언론학자가 본 한국일보)

입력
1996.06.10 00:00
0 0

◎「아쉬움」 이상의 국민적 정서 반영했어야지난달 31일 결정된 2002년 월드컵 한일공동개최와 관련한 최근 언론의 모습은 넓게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커뮤니케이션 구조, 좁게는 정치 커뮤니게이션 과정이 안고 있는 문제점 그리고 언론의 역할을 새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전통적으로 언론의 일차적 역할은 정치권력을 감시 비판하고 일반 국민의 의견과 정서를 정치과정에 투영함으로써 민주과정에 기여하는 것으로 기대되어 왔고 이러한 기대는 아직도 유효하다.

다양한 사회성원들이 자신의 의견을 공적으로 표출하고 이를 수렴하여 합의를 마련하지 못하고, 정치 엘리트에 의해 제시된 의견을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제시하는 것은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의 왜곡」이다.

이와 같은 「구조적인 합의」를 사회성원의 다양한 의견을 토대로 견제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 할 때 한국일보의 월드컵 유치관련 보도는 다른 언론매체와 크게 다르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월드컵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여망이 사회적 합의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지만 「무승부지만 사실상 우리의 승리」라는 평가와 「이제 6년후 준비매진 한마음」이라는 촉구는 국민들의 정서를 얼마만큼 반영하고 있는 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공동개최 결정 이후 자존심이 상한 일본에서 제기되고 있는 책임론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민들은 6년동안 한마음으로 준비할 동기를 가질 만큼 공동개최가 우리의 승리라고 평가하고 있는가.

신문의 어느 구석을 보아도 「아쉬움」을 넘어 몹시 기분이 상한 국민들의 정서는 읽어낼 수 없다. 사적으로 나누는 이야기를 「국민적 염원」을 목표로 뛰고 있다는 이유때문에 공적으로 표명할 수 없다면 그리고 언론이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마련해 주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경직성 그리고 언론의 직무유기는 매우 심각한 것이다.

이같은 기본적 문제 이외에 월드컵 관련 보도는 몇가지 측면에서 한국일보의 시각이나 입장이 뚜렷하고 일관되게 제시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 공동개최 수용여부에 대한 정부의 모호한 태도 속에서 유치를 위한 전술적 방안은 검토됐을지언정 우리가 어느 쪽을 채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입장은 제시되지 못했다.

어느 한 쪽을 우리 언론이 표명할 경우 유치전략에 차질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몰라도 그같이 언론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둘째, 공동유치 결정 이후 곧바로 나온 「위안부는 상행위」라는 일본의 망언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의 진전과 「경쟁적 하모니」를 촉구하면서 일왕 방한이나 한일 비자면제 협상 등 조급하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을 평가없이 그대로 전달했다. 이는 대승적 차원의 관대함으로 보기에는 지난 한일관계가 가져다 준 국민들의 정서와는 유리되는 것이다.

셋째, 경제적 문화적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한 연재기획에도 불구하고 월드컵 유치와 관련된 단기적 전망이나 분석력은 미흡했다.

월드컵을 계기로 마련된 국민적 공감이 여야 경쟁을 지양하는 타협의 정치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개원협상과 관련하여 여야 정국은 급속도로 냉각됐다.

또한 앞으로 축구붐이 조성될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며칠 후에는 축구열기가 반짝붐이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넷째, 특정인에 대한 신화만들기 작업이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유치를 위해 기울인 그동안의 고생은 충분히 평가돼야 하지만 국민적 염원으로 이룩됐다는 월드컵 공동유치가 특정인 한 사람의 노력에 의한 것처럼 환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단독개최 실패에 따른 일본 축구협회장의 사임이나 정치권 책임론에 대한 보도와 비교해 이를 부전자전의 신화로까지 묘사하는 것은 매우 상업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요컨대 월드컵 유치와 관련하여 우리 사회는 구조화한 합의가 하향식으로 확산되고 다양한 사회적 의견이 억압되는 왜곡되고 경직된 모습이었고 이를 견제해야 할 언론은 침묵하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함은 물론 혼란스럽고 일관되지 못한 입장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이재현 충남대교수·신문학박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