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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5패빅」나올뻔 했다/후지쓰배 8강 마효춘­소림각 대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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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첫「5패빅」나올뻔 했다/후지쓰배 8강 마효춘­소림각 대국서

입력
1996.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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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 5개와 반집승부 절묘하게 얽힌 「판빅」 상황/초읽기에 몰린 소림각 발견못해 진기록 무산「패는 요술장이」라는 말도 있듯이 바둑에서는 패를 둘러싸고 갖가지 변화가 종종 일어난다. 5월27일자 본란에 소개한 서능욱9단과 홍태선7단의 국내 첫 4패빅 무승부도 양패가 원인이 되어 일어난 것이다. 당시 홍7단은 이길 수 있는 바둑을 착각으로 인해 무승부로 만든 반면 이번에는 세계 최초로 5패빅이 나올 뻔한 상황에서 대국자가 미처 알아채지 못해 그냥 넘어가 버렸다.

5월31일 부산에서 열린 제9회 후지쓰배 8강전 마효춘(마샤오춘)9단(백)과 고바야시 사토루(소림각)9단의 대국으로 흑이 둘 차례. 바둑은 이제 다 끝나고 둘 곳은 패자리 세 군데 밖에 없으므로 하나씩 번갈아가며 이으면 그만이다. 그래서 두 대국자는 흑 1(실전의 261수)부터 3까지 둔 후 공배를 메우고 종국했다. 결과는 백 반집승.

그런데 이 장면에서 흑은 패배를 면할 수 있는 기발한 수단이 있었다. 그것은 흑 1로 패를 잇지 말고 2자리를 따내는 것. 다음에 백은 1의 곳을 따내겠지만 흑은 우하귀에 양패모양이 있어 패감이 무진장이라는 것이 자랑이다. 즉 흑은 「가」로 패감을 쓰고 백이 「나」로 받을 때 1쪽의 패를 되때린다. 백이 3의 곳을 때려도 마찬가지. 흑은 어느 쪽이든 백이 패를 때린 곳을 되때리면 끝없이 똑같은 모양이 반복된다.

동형반복을 피하려면 백이 우하귀에 가일수하면 되지만 반집승부인 상황에서가일수했다가는 거꾸로 백이 반 집을 진다. 따라서 어느 쪽도 양보할 수 없어 끝없이 동형반복을 계속할 수밖에 없고 규정에 따라 「판 빅」이 된다.

패 5개와 반집 승부가 절묘하게 얽힌 이같은 판빅은 세계 최초의 것이어서 검토실에서는 세기적 진기록 수립을 기대했으나 초읽기에 몰린 고바야시9단은 이 수단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좀 있었던 마9단은 이미 이 수단을 읽고 판빅을 각오했다고 한다.<박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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