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붕괴 「성지」 시장경제에 “녹다운”/수주 급감 적자 못이겨… 대선패배 바웬사와 “공동 운명”폴란드 자유노조운동의 상징이었던 그단스크 조선소가 8일 파산을 선언하고 문을 닫았다. 3,170만달러의 빚을 지는 등 재정적자에 허덕이던 이 조선소의 주주들중 79%가 이날 파산을 결의했다.
이 조선소는 전기공이었던 레흐 바웬사를 폴란드 대통령으로 키우기도 했으나 지난해 11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해 권좌에서 물러난 바웬사의 운명과 같은 길을 걷게 된 셈이다.
이 조선소의 파산은 최대주주(61%)인 폴란드 정부가 사실상 운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폴란드 정부는 이 조선소를 현수준으로 유지하는데 1억3,000만달러가 필요하지만 정부 재정이 취약한 만큼 제3자 인수등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냉전당시 구소련과 바르샤바조약기구 동맹국들의 선박수주로 탄탄한 기반을 가졌던 이 조선소는 역설적이게도 폴란드 자유노조의 성공과는 달리 그동안 쇠락을 거듭해 왔다. 공산당을 몰아낸 바웬사정부는 선박수주가 급감, 경영위기를 맞은 이 조선소를 주식회사로 전환시켜 감량경영을 했지만 제값에 선박수주를 못해 적자를 면치 못해왔다. 최근에는 조선소를 인수할 투자자를 모색해왔으나 이도 여의치 못해 파산을 선언하게 된 것이다.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뒤 이 조선소에 전기공으로 다시 복직했다 은퇴한 바웬사는 파산 소식을 접하고 현정부를 비난하고 나섰지만 별다른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는 못했다. 한때 1만7,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일했고 공산정권에 대항, 파업과 시위를 벌이며 「민주화의 성지」로 지칭되기도 했던 이 조선소는 폴란드가 민주화하고 시장경제체제로 전환한 이후 이에 적응치 못하다 결국 파산, 이제 역사책에나 그 이름이 남게 됐다.<조희제 기자>조희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