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악영향” “개발지상론 제압”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 노선 문제가 8일 기존의 형산강 노선 대신 경주를 우회하는 쪽으로 최종 확정됐다. 그동안 노선을 두고 갈등을 겪어 왔던 건설교통부와 문화체육부의 입장은 무엇인지, 새 노선의 선정에 따른 문제점과 공기 지연에 따른 보완조치 등을 살펴본다.<편집자주>편집자주>
◎건교부/“노선 재선정 작업도 장애 많아 공기지연 등 문제점 보완 최선”
건설교통부는 경부고속철도 경주 통과노선이 건교부가 주장한 개발논리보다는 문화재 보호 쪽으로 수정되리라는 것을 예상했던 만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심으로는 앞으로의 국책건설 사업에서 유사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번 결정이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걱정을 하고 있다.
또 지금까지 4년여동안이나 문화계와 학계, 불교계 등과 의견조율을 해왔는데도 의견수렴이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신노선선정작업도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주시민들의 반발과 경주도심 통과를 공약으로 내세웠던 이지역 출신 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얽혀있다. 단지 지난해 경주시와 경주군이 통합돼 경주시의 시계가 대폭 확장된 점을 감안하면 「경주역사 경주시내 설치원칙」을 지키면서 문화재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이 의외로 쉽게 선정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즉 도심을 통과하지 않고 건천읍에서 바로 내남면쪽으로 지나는 외곽노선을 택하되 역사도 내남면 안심리나 박달리등에 설치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건교부는 노선 재선정과 함께 고속철도 노선 수정에 따른 공기 지연 등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우선 완공 지연에 대비, 대구―부산은 현 경부선을 조기 전철화한다는 방침이다. 당초 2005년까지 전철화하기로 했던 현 경부선 대구―부산에 3,100억원을 투입, 2001년까지 공사를 마쳐 서울―대구는 고속철도로, 대구―부산은 전철화한 경부선을 이용해 운행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서울―부산은 당초보다 18분 늘어난 2시간16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현재의 경부선에 새마을호 29편성 등 모두 70여편성의 열차가 운행중임을 감안할 때 고속철도 44편성을 새로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이 있는지가 문제다. 건교부측은 전철화개량사업을 하면 현재보다 25%정도 수송능력이 늘어나 고속철 추가운행에 지장이 없다고 말하지만 철도청측은 20편성이상은 추가투입이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윤승용 기자>윤승용>
◎문화계/“문화재보호 대원칙 확립 의의 역사위치 선정에 신중 기해야”
문화계는 「문화재보존」이라는 시대적 명제가 불도저식 개발논리를 누른 승리라며 환영하고 있다. 「제3의 노선」을 새로 설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긴 했지만, 밀어붙이기식 개발정책으로부터 문화유산의 파괴와 훼손을 막는 기준과 원칙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는 반응이다.
도심통과노선 저지를 위해 노력해온 경부고속철도 경주통과백지화추진위원회의 이기영위원장은 『우회노선 채택은 문화재 훼손의 우려가 갈수록 커지는 지방화시대에, 개발제일주의에 제동을 거는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며 『문화재는 한번 파괴되면 영원히 복구할 수 없다는 인식하에 문화재보존 원칙을 정책의 우선순위로 삼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건교부와의 신경전으로 골치를 썩여온 문체부도 『개발당국에 의해 문화재보존의 대원칙이 수용된 만큼 향후 노선 선정과정에서는 발굴업무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라며 한시름 놓은 분위기이다.
문화계 일각에선 「제3의 노선」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직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이선복 서울대교수(고고미술사학)는 『남산과 왕경지구의 파괴라는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게 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하지만 노선이 우회한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교수는 『노선 우회보다는 역사가 어디에 들어설 것인가가 더욱 중요하다』며 『정부가 기술적 어려움등을 이유로 남산 가까운 곳에 역사를 짓기로 한다면 우회원칙 선언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건교부의 지하화안에 대한 문화계의 반대이유중 하나가 이조리역사와 역세권개발등이었던 만큼 역사의 위치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전문가들은 경주 외곽지대에도 적지 않은 문화재가 매장돼 있음을 감안, 새 노선의 선정과정에서는 문화재훼손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함께 차제에 개발논리와 문화재보존논리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지나친 개발 규제로 재산권행사를 제대로 못해온데 대한 고도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는 대책도 필요하다는 것이다.<변형섭 기자>변형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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