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지평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지평선

입력
1996.06.09 00:00
0 0

도둑의 세계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도(도척)이 도덕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부하들이 「도둑에게도 도덕이 있습니까」하고 묻자 도척은 「어떤 사회든 도덕이 없는 곳은 없다」면서 도둑이 지켜야 할 다섯가지 도덕을 말했다. ◆남의 집안에 있는 재물을 알아내는 것이 성이고 목표한 곳에 남먼저 뛰어 드는 것이 용이며 추격을 막으면서 철수하는 것이 의, 실행의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지,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눠주는 것이 인이다. 이 다섯가지 도덕이 없으면 큰 도둑이 될 수 없다. ◆도척의 일화를 전한 중국의 고서는 이 이야기를 놓고 선량한 사람들도 도덕이 문란하면 악당과 다를 바 없고 도척같은 악당도 도를 얻으면 훌륭한 도둑이 될 수 있다고 논평했다. 원칙과 도덕이 튼튼한 사회에서는 악한 사람이 나오기 어렵다. 원칙이 없고 도덕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착한 사람이 견디기 어렵다. ◆최근 3∼4년 사이 우리 사회는 온갖 비리 부정이 범람하고 대형 참사와 각종 사고가 잇달아 아수라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의지할 만한 아무런 원칙도 없이 도덕의 폐허위에서 우승열패 약육강식의 적나라한 생존경쟁만이 살벌하게 전개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참사가 몇번이나 거듭돼도 가스폭발의 위험은 여전하고 아무리 많은 사람을 구속하고 처벌해도 부정부패가 끊이지 않는다. 착하고 선량한 사람들이 살아볼 엄두가 나지 않는 세상이다. 도척조차 「도덕이 없는 사회는 없다」고 했다. 우리도 이제 원칙과 도덕이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뭔가 애를 써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