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유영아씨 애끓는 모정/「평생 장애아」로 내모는 사회현실 절감/이제 유치원서 종알종알… “창작보다 더 큰 환희”/치료시설 열악·비싼 비용·사회 몰이해에 맞서/“직접치료” 관련서적들 섭렵/한해 동물원만 60번 찾기도시인 유영아씨(36·여·전북 전주시 호성동)는 오랫동안 시를 쓰지 못했다. 시인의 마음을 열면 시어가 쏟아질 듯하지만 굳게 닫힌 어린 아들의 마음부터 열어야 하는 모정은 시심을 허락할 여유가 없었다. 93년 둘째 아들 상원이는 선천성 자폐증 진단을 받았다. 네살이 되도록 『맘마』 『물』 외에는 도무지 입을 열지 않고 혼자 블록쌓기에만 빠져 있던 아이였다. 유씨는 미련 없이 9년간의 여고교사 생활을 마감했다.
유아정신클리닉은 『유사 자폐아만 치료가 가능하다』면서 상원이에 대한 계속적인 진료를 거부했다. 그나마 소개받아 찾은 특수교육기관은 가슴을 아프게 할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 낡은 교육장비와 부족한 전문인력은 일반 유치원보다도 못했다.
믿을만하다 싶은 특수학교는 교육비가 터무니 없이 비쌌다. 비교적 경제사정이 넉넉했던 유씨와 남편 박진우씨(39·전북대 의대 교수)도 10분에 1만원 하는 교육비는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나마 교육기관이 서울에 집중돼 있어 지방에서는 혜택을 받기가 어려웠다.
유씨는 상원이에게 특수교육을 시키는 한편 스스로 아이의 치료에 나섰다. 관련서적은 손에 잡히는 대로 모두 다 섭렵했고 자폐아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시도했다. 아이가 마음을 열도록 틈만 나면 아이를 안고 뒹굴었다. 어린이 심리치료기구인 모래상자 놀이기구까지 만들어 놓은 집에는 유씨가 부른 동네아이들이 항상 들끓었다. 집안에서 새와 물고기를 키우고 예술심리 치료, 음악치료 등도 병행했다. 1년에 무려 60번이나 동물원에도 갔다.
상원이는 야속하리 만큼 정확하게 주변의 관심과 사랑만큼만 마음을 열어 갔다. 괴성 대신 『네』라는 대답이 나오기까지 2개월의 반복훈련이 필요했고 목욕탕에 스스로 들어가기까지 6개월이 걸렸다.
아이의 마음을 여는 것 이상 장애아에 대한 사회의 무관심과 몰이해, 제도나 편의시설의 미비는 감내하기 힘겨웠다. 아이와 함께 놀 곳이 없고, 특수교육은 장애아를 치료해 사회인으로 만들기 보다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한 「생존 교육」에만 급급했다. 단지 「비정상적」일 뿐인 아이를 무조건 「장애아」로 만들어 방치하는 사회의 현실을 뼈저리게 느껴야 했다.
이제 제법 정겹게 엄마와 눈을 맞추며 유치원에서의 하루를 종알거리는 둘째아들 상원(7). 내년에는 한해 늦었지만 일반 초등학교에도 입학한다. 정상아로 커가는 아들을 바라보는 유씨의 눈에는 창작의 기쁨보다 값진 환희와 보람이 가득 차 있다. 91년 한국일보 미주본사 시응모를 통해 등단한 유씨는 습작을 모아 지난해 시집 「서른셋, 삐에로의 노래」를 펴낸 바 있다.<전주=김경화 기자>전주=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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