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변화유도 능란한 외교 필수”/지역안보기구·동맹체활용 위상강화 바람직/접촉늘리되 북체제강화 방지 신경을/통일달성땐 동북아균형자 역할 중요프랑스의 한반도문제 전문가인 프랑수아 좌요(FRANCOIS JOYAUX) 프랑스 국립동양학연구소(INALCO) 국제정치대학원 원장은 한국은 북한체제가 공고화하지 않도록 하면서 변화를 유도하는 슬기로운 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은 21세기를 맞아 동북아의 균형자 역할을 자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프랑스의 대아시아정책수립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좌요박사는 한국일보 창간 42주년을 맞아 「한반도 통일과 21세기 전망」이란 제목의 글을 기고해 왔다.<편집자 주>편집자>
21세기를 맞는 한국민에게 가장 큰 관심사인 한반도의 통일을 전망하기에 앞서 먼저 어떤 방식으로 통일이 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짚어봐야 한다. 한반도 통일방식은 크게 두가지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 첫번째는 북한의 내부위기로 인한 자체 붕괴나 남침 등 전쟁도발로 인한 통일을 가정해 볼 수 있다. 독일과 베트남의 통일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식의 한반도의 통일은 그 시점에 관해 어떤 예측도 할수 없다.
두번째 가정은 남북한이 상호대화를 통한 협상으로 통일을 이루는 방식이다.이경우 통일과정은 많은 시간이 요구된다. 독일의 경우 72년 동서독간 협약체결에서 89년 동독의 내부위기 도래까지 4반세기 라는 긴 시일이 걸렸다. 최근 중국과 대만간 긴장관계를 살펴보면 평화협상을 통한 통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잘 말해주고 있다. 따라서 한국이 평화협상을 통한 한반도 통일을 기대한다면 그것은 21세기에나 이루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통일을 위해 한국은 어떠한 접근방법을 취해야 할 것인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은 한국에 부담이 된다. 반면에 경제적으로 강해진 북한은 남한에 위험한 존재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 두 암초 사이를 슬기롭게 항해 해야 한다. 북한의 사회주의 체제가 공고해 지지 않도록 하면서 북한을 변화 시킬 수 있는 방식으로 대북 접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은 능수능란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한국입장에서는 북한을 강하게도, 그렇다고 아주 약하게도 하지 않으면서 변화시키는 대북 접근방법이 가장 바람직 할것이다.
한국 주도로 한반도 통일이 이루어 졌다고 상정할 때 한국이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역점을 두어야 할 분야로 두 가지를 지적 할 수있다. 첫째는 교육문제이다. 한국과 북한주민들은 오랫동안 너무나 다른 사고방식 속에서 살아왔다. 통일후 특히 북한주민의 사고방식 혁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두번째로 역점을 두어야 할 것은 지속적인 경제발전이다. 경제위기를 동반하는 통일은 결코 바람직 스럽지 못하다. 통일후 예상되는 혼란을 극복 하는데는 탄탄한 경제발전이 필수적이다.
21세기에 한반도의 주변상황이 어떻게 변화할 것이냐를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한반도 주변의 지정학적 조건을 볼 때 한국은 통일이 되든 안되든 간에 기본적으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간의 경쟁대결구도 틈바구니에 위치하고 있다. 구 소련이 몰락했으나 한반도의 지정학적 환경에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말해 한국은 항상 불안한 시튜에이션에 놓여 있으며 쉽게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개선 노력은 교착상태에 빠져있고 미국과 중국관계도 좋지 못하다. 한국은 통일이후에도 지금과 같은 열강들의 역학구도, 다시말해 주변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분쟁 가능지역의 한가운데에 머무를 것이 틀림없다.
통일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은 강화 될 것이지만 강화된 위상을 지키기 위해서는 적지않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앞서 지적한 지정학적 맥락에서 볼 때 통일된 한국이 취해야 할 최선의 정책은 지역안보기구를 활용하는 것이다. 지역안보기구는 한국과 같은 중간규모의 국가가 주변지역의 분쟁장애를 극복하고 평화적 환경에서 존재하기 위해 택 할수 있는 최선책이다.
통일된 한국은 동남아국가들의 아세안(ASEAN)과 유사한 지역동맹체의 창설과 역할강화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동남아의 대국들인 태국과 인도네시아 사이에 낀 말레이시아가 아세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은 안보를 위해 방콕포럼과 같은 서울포럼의 창설을 주도 할수도 있을 것이다. 통일한국은 적극적인 외교에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동북아에서 펼쳐지는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간의 역학관계에 균형과 조화를 꾀하는 균형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것은 중립국 개념과는 다른 것이다. 스위스와 같은 중립국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될 수 있지만 한국의 역사와 전통을 감안할 때 이는 불가능해 보인다. 스위스가 중립국으로서 성공한 것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또 한국은 스위스와는 여러면에서 환경이 다르다
21세기 속의 한국을 전망하는데는 21세기 세계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살펴보는 것도 유용하다. 21세기 국제사회에서 극동아시아의 역할은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고 21세기가 아시아가 독점적으로 주도하는 시대가 될 것 같지는 않다. 19세기는 유럽의 시대였고 20세기는 미국과 유럽이 동시에 주도한 시대였지만 21세기는 미국 유럽 극동의 3극체제가 될 것이다.<파리=송태권 특파원>파리=송태권>
□약력
▲58세▲프랑스국립 동양학연구소(INALCO)의 대학과정 졸업및 동대학원 박사 ▲INALCO의 국제정치대학원 원장 겸 파리1대학 객원교수 ▲저서 극동의 지정학,새로운 아시아,중국과 태평양연안국등 다수 ▲여러차례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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