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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재교육 어떻게 하고 있나­4개 고교 현지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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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영재교육 어떻게 하고 있나­4개 고교 현지르포

입력
1996.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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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정 가르치고 대학선 학점인정/중학성적·영­수시험 신입생선발 경쟁률 높아/학급당 38명선·과목별 이동수업 실험위주로/졸업생 대부분 하버드·프린스턴대등 명문대 진학미국의 영재교육은 중국·대만(3월22일 15면 보도)과 비교해 볼 때 다양성이 특징이다. 다양성과 함께 대학과정을 고교에서 가르치고 이를 대학이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도 특징으로 꼽힌다. 수십년간의 경험을 통해 깊게 뿌리내린 미국의 영재교육은 우리 교육개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모델이다. 미국 동·서부의 명문 공·사립고를 살펴보고 그 교육 현장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미국의 영재교육은 넓은 땅 만큼이나 지역과 학교마다 운영방법과 수업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다. 무료인 공립학교에서부터 1만5,000달러 이상의 학비가 드는 사립학교가 있고 학교마다 캠퍼스와 시설, 입학시험도 각양각색이다.

지난달 22일 상오 뉴욕시 맨해튼에 있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립학교인 스타이베선트고교. 학생들이 교실을 이동하느라 에스컬레이트는 북새통을 이루었고 체육관 입구에는 30여명의 남녀 학생들이 누워 TV로 이론수업을 하고 있었다.

실험실, 체육관, 수영장등이 함께 들어선 10층짜리 대형 건물 1동으로 이루어진 이 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미국 고교는 4년제) 2,900여명의 학생들이 재학중이다. 이들은 교사들이 모두 영재라고 말할 만큼 우수한 학생들이다. 재학생 중에는 한국교포를 포함한 아시아계가 50%가량을 차지한다. 학생수는 학급당 38명정도이며 수업은 과목별로 이동식으로 진행된다. 명문고의 기준이라고 하는 AP과정은 무려 55개 과목이 개설돼 있다.

이 학교는 지원자격을 뉴욕시 거주자로 제한하고 있다. 지난해 입학시험에서 800명정원에 1만4,000여명이 지원했다. 시험은 3시간동안 객관식으로 영어·수학 두과목을 치른다. 학교 관계자는『정치적인 영향력을 막기 위해선 객관식이 가장 적합한 시험』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이 학교 졸업생들은 하버드대 25명, 프린스턴대 25명, MIT 35명 등 대부분이 명문대학에 입학했다.

23일 상오에 방문한 코네티컷주 초트 로즈메리고교. 미국 사립고중 3위를 차지할 만큼 명문고인 이 학교는 푸른 초원 위에 2층짜리 붉은 벽돌의 강의동이 곳곳에 펼쳐져 대학 캠퍼스 같았다. 행정관에는 케네디대통령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학교관계자는 『케네디형제가 이 학교를 졸업했다』며 자랑했다.

이 학교는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재학생이 900여명에 불과하다. 이중 한국출신 28명을 포함, 10%가 아시아계이며 유럽출신 유학생들도 많다. 학생선발은 SSAT점수와 중학교 영어 수학성적, 도덕적 품성, 과외활동등 3가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200여명의 정원에 2,000여명이 지원했다. 등록금은 기숙사를 이용하는 경우 1년에 2만3,000여달러.

서울 S중학교를 졸업하고 이곳에 입학, 카네기멜론대에 진학예정인 박신군(20·12학년)은 『이곳에서 스스로 알아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며 『한국과 달리 실험 위주로 수업을 하는게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오에 들른 코네티컷주의 킹스우드 옥스퍼드고는 지역 사립고로서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320여명이 다니는 소규모 학교였다. 이 학교는 입학생을 하포드시로 제한하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는다.

신입생은 SSAT점수 중학교성적 추천 인터뷰를 통해 선발하며 지난해 80여명 정원에 350명이 지원했다. AP과정은 14개가 개설돼 있으며 교육비는 1만4,000여달러다. 이 학교는 학부모들이 직접 학사운영과 교육과정등에 참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26일 상오 9시께 방문한 로스앤젤레스시 노스 할리우드고는 특별 영재반을 운영하는 독특한 형태의 공립학교. 9학년부터 12학년까지 2,300여명의 재학생중 LA시에서 영재로 인정받은 245명의 학생이 포함돼 있다.

이 특별영재반의 입학자격은 초등학교때부터 지능지수 140대 이상이며 상위 1%이내의 성적에다 특별영재프로그램을 이수받은 학생으로 제한한다. 입학시 특별한 시험은 없고 지능, 영재프로그램의 이수과정, 인종등을 고려해 무작위로 선발한다. 영재들은 영어 과학 사회 역사 수학등의 과목은 전담 교사 10명으로부터 특별수업을 받고 체육 음악등 다른 과목은 일반학생과 함께 수업한다. 이 학교에는 AP과정이 17개가 개설돼 있다.<뉴욕·la=권혁범 기자>

◎속진교육 미 AP과정이란…/과목별 우수 고등학생에 대학수준 교육/과정개설 안한 고교 드물 정도로 보편화

미국 고교에서 일반화된 속진방법이 AP(Advanced Placement Program)과정이다. 이 과정은 고교에서 과목별로 우수한 학생들에게 대학수준의 교육을 시키고 전국차원의 시험을 통과하면 대학에서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이다.

AP과정은 50년대초 고교의 영재들에게 대학수준의 심화학습을 시키기위해 만들어졌다. 지금은 AP과정을 개설하지 않는 고교가 거의 없을 정도로 보편화돼 있다. 심지어 고교에 개설된 이 과정의 수로 그 학교 학생의 우수성을 판단하기도 한다. 현재 미국의 3,000개 대학중 2,000개이상이 AP과정을 인정하고 있다.

AP과정은 각 고교의 교사들이 영어 역사 수학 과학 예능 제2외국어등 각 분야를 대학1학년 수준으로 가르친다. 우수한 학생들은 11∼12학년때부터 이 과정을 이수하는데 수학의 경우 대학 1학년 과목인「캘큐러스」를 강의한다.

시험은 토플등의 시험기관으로 유명한 ETS가 주관, 매년 1차례 전국공통으로 실시하는데 주·객관식이 혼합돼 출제된다. 과목당 시험 시간은 3시간. 지난해 역사과목의 경우 객관식대 주관식(에세이) 비율이 40%대 60%였다. 채점은 객관식의 경우 컴퓨터로 하고 주관식은 공정을 기하기 위해 훈련을 받은 교수, 고교교사들이 참여한다. 과목별 점수는 5점만점이다.

◎인터뷰/미 코네티컷주립대 조셉 렌줄리 교수/“개인재능 최대한 키우는 교육 바람직”

미국 영재교육의 대부인 코네티컷주립대 국립영재연구소장 조셉 렌줄리교수(60)는 『영재는 지능외에 음악 운동등 어느 한분야에서라도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학생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차별화한 교육을 통해 영재들의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재의 판별 기준은.

『지능을 영재판단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았던 과거에는 지능이 상위 1∼3%내에 들면 영재로 보았다. 그후 5∼10%, 15∼20%등으로 폭이 넓어졌고 최근에는 판단 기준이 지능뿐 아니라 음악 운동 논리력등 재능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요즈음 영재를 「the talented」 대신 「the gifted」라고도 표기하기도 한다』

―영재에 대한 바람직한 교육방법은.

『민주주의의 원리처럼 개인차를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의 재능을 최대한 키워주는 방식의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획일적인 교육은 개인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칠 뿐이다』

―미국 영재교육의 현황과 월반·속진제에 대한 생각은.

『미국은 50개 주와 각 학교마다 영재교육을 달리하고 있어 일괄적으로 설명하긴 힘들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교가 우수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초등교에서는 특별활동을, 고교에서는 AP코스를 통해 영재교육을 한다. 월반제는 학부모와 학교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사회성의 문제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때만 이루어지며 고교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코네티컷=권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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