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고전여행:59)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셸 푸코 「광기의 역사」(고전여행:59)

입력
1996.06.08 00:00
0 0

◎마르크시즘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광기를 둘러싼 권력관계 해부통해/「모든 억압으로부터의 자유」 추구현대철학을 논할 때 구조주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또 구조주의를 말할 때 미셸 푸코(1926∼1984년)를 제외할 수 없다. 그리고 바로 그의 대표작이 「광기의 역사」이다.

푸코를 이해하려면 68년 프랑스 5월운동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당시 뱅센대 교수였던 푸코는 이 운동에 동참해 좌익 학생들과 함께 대학본부를 점거하고 경찰과 맞섰다. 그러나 5월운동의 실패로 푸코는 다른 많은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정통 마르크시즘에 대해 회의를 갖게 됐다. 이 때문에 푸코는 서구의 친자본가적 국가에 대해서 만큼 동구 사회주의의 소위 프롤레타리아 독재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고 「모든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를 추구하게 된다.

푸코를 탈구조 해체주의라는 이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해준 이론적 기반은 바슐라르 캉길렘 알튀세르 등 당대 철학자들 사이에서 폭 넓게 받아들여지고 있던 구조주의이다. 그가 72년 출간한 「광기의 역사」는 물론 「감시와 처벌」「성의 역사」 등 84년 6월25일 에이즈로 사망할 때까지 그의 위대한 저작들이 모두 구조주의에 바탕을 두고있다.

10개의 장으로 이뤄져 있는 「광기의 역사」는 17세기 파리 인구의 1%를 정신병원으로 몰아 넣었던 역사적 현상으로부터 논의를 전개한다. 푸코는 이같은 집단 광기의 원인을 고전주의 발흥 이후 근대사회에서 찾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고전주의 발흥 전인 중세나 르네상스 시기만 하더라도 광기는 배척의 대상이 아니라 천재적 예술 세계에서, 또한 혁명적 과학의 세계에서 관용되는 사회적 현상이었다. 그러나 근대에 들어서면서 광기는 관용의 대상이 아니라 배척의 대상이 됐다. 특히 정신병원은 광인을 치료하기 위한 기관이 아니라 감금하기 위한 일종의 감옥이었던 것이다.

푸코는 이 책에서 광기에 대한 이같은 태도 변화가 권력과 구조적 연계성을 갖고 있다고 파악한다. 당시 절대권력들은 이성이라는 친권력적인 가치척도를 새롭게 등장시켜 각종 공적 담론을 통해 이를 공공연히 유통시켰다. 그리고 이성이라는 가치기준에 어긋나는 일체의 행동을 광기로 규정지어 사회로부터 물리적으로 격리시켰던 것이다.

결국 이 책에서 푸코의 결론은 광인의 집단적 발생이 권력의 총체적 전략과 그에 따른 담론 통제에 힘입은 구조적 결과라는 것이다.

그의 다른 저서들과 연계시켜 볼 때 이 책에서 푸코가 광기를 구조적으로 분석한 것은 가치척도가 권력의 편의와 요구에 따라 만들어지는 시대적 산물임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로부터 그는 「잔인한 권력의 그물망」에 의해 이뤄지는 구조적 억압으로부터 해방돼야 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인식하고 억압 구조의 해체를 위한 혁명에 나서기를 역설하려 했던 것이다.<이은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