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재능·지적인 능력/교육대상 선정기준 달라/지역사정따라 특수한 교육기회 제공/중앙정부 속진제 등 제한된 방법 결정미국의 영재교육은 소련과의 경쟁심에서 비롯됐다. 54년 소련이 인류 최초로 달을 향해 스푸트니크호를 쏴올리자 국방성이 주축이 돼 서둘러 영재교육을 시작했다. 중국 역시 개인차를 인정 않는 이데올로기에도 불구하고 78년 중국과학원이 중심이돼 영재교육에 착수했다. 중국식 사회주의로의 변화에 부응한다는게 내세운 이유였다.
20여년의 시차가 있었지만 양국이 영재교육을 실시한 동기에는 국가목표 달성·국가이익 추구가 작용한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상당한 시일이 흐른 지금 양국의 영재교육은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미국은 국익을 의식한 「위에서 아래로의」 정책추진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존엄성을 바탕으로한 영재교육을 실시해 왔다.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획일적 교육으로는 각자의 잠재력을 최대로 개발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히 자리하고 있었다.
영재교육 초창기에는 전 아동의 상위 1%를 영재로 보았지만 지금은 상위 20%까지도 영재로 파악하고 있다. 또 과거에는 지적 학문적 재능이 뛰어난 상위 1%를 영재로 생각했으나 지금은 신체운동 재능·사회적 재능·내적통찰력·음악적 재능·시공간적 재능·논리적 사고분야의 재능·언어적 재능등으로 영재개념을 확대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한가지만이라도 우수한 재능을 보이거나 강한 관심을 보이면 영재로 정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사회가 훨씬 많은 인재를 확보하게 됐음을 의미한다. 또 더 많은 개인의 숨은 재능을 찾아내고 계발한다는 의미에서 영재교육이 엘리트교육이 아닌, 오히려 진정한 인간교육적 측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영재교육대상자의 범위를 넓힌 미국은 각 지역의 사정에 따라서 20여가지의 다양한 방법의 특수한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에 대한 투자가 늘고 있음은 물론이다. 91년에는 연방정부가 영재교육 개선을 위해 막대한 연구예산을 2000년까지 지원키로 했다. 95년 현재 영재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않는 초중고의 비율은 8.7%에 불과하다.
국가의 필요에 따라 영재교육을 실시한 중국은 아직도 지적·학문적 능력이 매우 뛰어난 소수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차를 인정하는 교육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사회주의 이데올로기에 어긋나기 때문에 영재교육에 관한 문서가 없다. 78년이래 지금까지도 「실험」이란 명목하에 영재교육을 실시하는 중이다.
또 이같은 목적에서 실시되는 영재교육이어서 중앙정부가 모든 관련정책 결정의 주체가 된다. 정부는 수십개의 중점학교와 50여개의 특수학급에서 속진제를 실시하는 제한된 교육방법을 적용하고 있다. 이 방법으로 영재들은 13세에 대학에 진학하고 20세에 박사학위를 취득하도록 지도한다. 이렇듯 양국의 영재성 개념·영재교육 대상·정책 및 방법등은 판이한데 다만 영재교육을 국가의 주요정책으로 삼는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우리나라도 뒤늦었지만 영재교육을 21세기를 대비하는 주요한 정책과제로 삼는다는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영재교육의 현주소는 미흡하기 짝이 없다. 78년 설립된 과학고는 당초의 의도와 달리 영재교육의 궤도를 벗어나 있다. 그런 상태에서 속진제를 실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지난날은 그렇다손치고 앞으로 영재교육이 뿌리를 내리고 소기의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최소한 다음 한가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개인차를 인정하고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해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시키는 영재교육」이 그것이다. 이에 대한 일반국민의 이해 없이는 정부의 어떤 노력도 수포로 돌아갈게 뻔하다. 모든 개인은 능력수준과 개성 관심 취미가 다르며 따라서 이 개인차를 최대한 반영하고 고려하는 개성교육의 차원으로 영재교육을 이해하고 실시할때만 영재교육은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조석희 박사·한국교육개발원 영재교육특임본부 책임연구원>조석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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