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수지는 국제경쟁력에 의해서 좌우된다. 악화됐다고 해서 즉시 개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행의 국제수지위기는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체제·제도가 고비용저생산의 비능률적인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수지를 개선하자면 이것을 저비용고생산의 능률적인 구조로 전환시키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정부가 이번에 밝힌 경상수지개선종합대책은 예상대로 적자개선에 큰 기대를 걸 수 없는 지엽적인 조치들이다. 대기업의 수출선수금영수한도를 10%에서 15%로 확대하고 철광석·원목·원면등 주요원자재의 관세를 1∼3%에서 0∼1%로 인하하며 5만달러이하의 물품은 수출승인을 생략하도록 한다는것 등이다.
수출선수금확대, 원자재수입관세인하, 절차간소화등 이러한 조치들은 과거에도 국제수지악화시에 즐겨 써왔던 대책들이다. 그러나 그때에는 인하폭등 수혜의 폭이 커서 정책적 실효가 있었으나 이번에는 국제무역환경이 보호주의 체제에서 개방체제로 선회되어 있기 때문에 그 폭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국제수지적자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정부의 이번 경상수지개선 종합대책은 실질적인 개선의 효과가 즉각 나타나기를 기도해서라기보다는 정부가 손 놓고 가만히 있다는 비난을 면하기 위해서 취한 조치에 가깝다 하겠다. 정부의 국제수지개선 기본방향은 옳다. 즉 단기간의 수출증대는 한계가 있으므로 단기적·대중적 시책보다 물가안정을 바탕으로 수출산업저변을 확대하고 금리·임금안정과 물류비용 절감 등 근본적인 경쟁력강화대책을 지속적으로 추진, 중·장기적으로 경상수지적자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나웅배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강력히 밀고 나가고 있는 이 정책방향은 크게 틀린 것이 없다.
그러나 이번 국제수지개선종합대책에서 중·장기대책에 대해 사실상 구체적인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정부의 무기력을 드러내는 것같아 실망스럽다. 정부가 정말로 위험수위에 접근하고 있는 국제수지적자를 개선시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는지 회의가 간다. 우리 경제의 고비용 저효율체제를 경쟁력있게 전환하자면 금리·임금·땅값·물류비 등 요소비용을 국제수준으로 낮추어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간단하지 않다. 정부의 의도 하나로 고쳐질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당사자간의 엄청난 이해관계가 걸려 제도·단행·의식의 전환까지도 요구되는 복잡하고 지난한 구조적 문제들이다.
정부로서는 다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비용 저능률 구조개선 문제에 대한 타개책에 대해 구체안을 내놓고 국민적 합일을 강력히 시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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