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물리학자 150여명이 무더운 6월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 개소기념 학술대회(4∼10일)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에 왔다. 상당수가 훌륭한 연구업적을 내놓은 기라성같은 존재들이다.이들 과학자들중엔 현대물리학사에 빛나는 노벨상 수상자들도 여럿 보인다.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 초대소장을 맡은 양진녕(양첸닝·74)박사가 그 대표적 인물이다. 미 뉴욕주립대 물리학과 석좌교수로 있는 그는 57년 「패리티비보존의 연구」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의 영예를 안았다. 또 중국계 미국인 새뮤얼 팅 MIT대교수, 로버트 슈리퍼 미국 물리학회장도 명성높은 노벨상 수상자들이다.
서울에 온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을 보면서 노벨상에 관한 한 우리는 빈곤국가임을 새삼 느낀다. 올림픽에 이어 월드컵까지 유치했다는데, CDMA를 비롯해 첨단 산업기술을 자랑한다는데, 선진7개국·원자력 3위권에 들겠다는 원대한 「시뮬레이션」까지 짠 나라인데 노벨상이 전무하다니…개탄이 나올 만도 하다.
아시아권만 하더라도 이웃 일본은 95년까지 5개부문에서 8개의 노벨상을 받았고 중국 3, 인도 2, 파키스탄 베트남 미얀마 티베트(망명 달라이라마)가 각 1개를 받았다. 이중 물리학상이 일본 중국 각 3개, 인도 파키스탄이 각 1개로 가장 많다. 베트남 미얀마처럼 정치적 특수상황이 고려된 노벨평화상은 그렇다치고, 아시아 후진국까지 받은 물리학상을 왜 하나도 따지 못했단 말인가.
양첸닝교수가 말했다. 『상이 중요한게 아니다. 최선의 노력을 하고 결과가 좋으면 상은 자연스레 오는 것이다』―노벨상에 안달하는 한국인들에게 준 평범하면서도 뼈있는 말이다. 그의 말뜻대로라면 정성과 노력이 아직 미치지 못한 것이다. 기초의 부실에 다름 아니다.
세계는 지금 치열한 국력 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기초과학의 토대구축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그런 시점에 양첸닝같은 세계 물리학계 거두가 서울의 아태이론물리연구센터를 이끌게 됐다. 세계최고의 연구센터로 키우겠다는 그의 포부에 기대를 걸면서 정부의 각별한 투자와 지원이 이들에게 보내지기를 바란다. 그것은 노벨상을 향한 소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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