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광장」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각각 100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나는 반갑고 착잡했다. 그 소설들을 처음 읽던 시절의 나, 그 시대 상황속의 우리들, 소설의 주인공들, 아직 계속되는 모순과 비극에 대해서 나는 통증과 그리움을 함께 느꼈다.「광장」의 주인공 이명준은 내가 잘 알던 실존인물로 생각될 때가 있는데, 그것은 그 소설을 여러번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명준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전염된 탓이기도 하다. 1960년「광장」을 발표한 이래 저자는 여섯번에 걸쳐 작품을 고쳐썼는데, 개정판 서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나는 12년전 이명준을 삶의 바닷속으로 내려보냈다. 그는 「이데올로기」와 「사랑」이라는 암초에 걸려 다시는 떠오르지 않았다. 「광장」은 안내없이 삶의 바다로 내려간 용사들에 대한 진혼의 묘비명이었다…73년7월>
<…이 작품이 발표된지 30년, 주인공이 세상을 떠난지 40년이 흘렀다. 나는 이명준이 살았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정치적 구조속에 살고있다는 느낌을 갖는다…89년 4월>
남과 북사이에서 갈등을 겪다가 월북한 대학생 이명준은 6·25전쟁때 보위부원으로 남하하여 포로가 되자 중립국행을 선택하지만, 인도로 가는 배에서 바다로 뛰어들어 자살한다. 1960년 4·19혁명이 몰고 온 뜨겁고 짧았던 자유의 물결속에서 「광장」을 읽은 독자들은 남과 북을 객관적으로 보려했던 이명준의 몸부림에 큰 충격을 받았고, 분단의 비극을 새롭게 인식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명준이 이데올로기라는 암초에 걸려 자살한지 25년후인 1978년 발표됐다. 그 소설에서도 주인공 난장이는 자살하고, 난장이의 아들 영수는 살인을 한다. 혹독한 군사독재아래 산업화의 거센 바람이 불던 70년대, 「난장이 일가」로 대변되는 소외계층과 노동자들의 삶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낙원을 이루어 가겠다고 하지만, 우리에게는 낙원으로 들어갈 열쇠를 주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낙원 밖, 쓰레기더미에 내던질 것이다』라고 영수는 울부짖는다.
12편의 연작으로 된 「난장이…」는 무섭고 아름다운 소설이다. 심장이 얼어붙던 공포의 시대, 『파괴를 이기고 따듯한 사랑과 피의 이야기로 살아남기를』 원했던 작가의 소망은 독자들에게 위안과 각성을 주었다.
지난 20년동안 이 소설들을 출판해 온 「문학과 지성」은 두 책이 각각 100쇄를 기록, 「광장」은 28만부, 「난장이…」는 40만부가 팔렸다고 밝혔다. 그 소설들은 제목만 들어도 향수를 느끼는 부모세대에서 자녀세대로 독자가 이어지면서 빛나는 고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것은 작가의 행복일뿐 아니라 한국 문화계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는 행복한 사건이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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