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이야기·생동감 못살려 아쉬움신예 정병각감독이 연출한 「코르셋」은 젊은 여성이 뚱뚱한 몸매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자유로움과 자신감을 찾는 과정을 그렸다. 코믹한 대사와 에피소드에 의해 가벼운 분위기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단순한 재미만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영화의 주된 관심은 「여성의 아름다움과 매력은 남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인가」라는 여성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과 답변에 있다.
진보적인 여성영화를 만드는 감독들은 기존 상업영화가 남성의 시각으로 여성의 모습을 담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진정한 여성영화는 주제 뿐 아니라 남성 위주의 시각을 대변하는 전통적인 영화형식을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코르셋」은 상업영화의 틀 안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형식적 실험을 보여준다. 여주인공이 카메라를 들여다보고 이야기하는가 하면, 관객이 쉽게 감성적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전통적인 편집방식을 오히려 배제하고 있다.
또 사방이 거울로 둘러싸인 방에서 나체로 앉아있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담아냄으로써 여성이 분열된 자아를 극복하고 수동적인 자세에서 깨어나는 것을 우회적으로 묘사한다.
「코르셋」은 기존의 가치체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개성과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애정을 갖고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결말에서는 뚱뚱한 여주인공, 왼손잡이 주방장, 인정받지 못한 여성 디자이너 등이 사랑과 일에서 결실을 얻게된다. 이들이 역경을 이겨내는 것은 서로 개인의 부족함을 바라보기보다는 존중을 통해서이다. 무겁지않은 어조로 우리들의 고정화한 인식의 오류를 지적하는 것이 영화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이야기 전개의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고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살아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결점은 영화가 근본적으로 상충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코믹 멜로의 장치들을 통한 흥행성의 획득과 여성영화로서의 진지함을 함께 얻으려는 시도에서 생기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편장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교수>편장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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