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직접 주관하는 시험의 권위와 신뢰성은 어떤 이유로도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된다. 법질서는 물론이고 그 시험과 연관된 해당분야의 전문성과 도덕성이 손상되고 엄청난 사회적 혼란마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 의미에서 최근 감사원이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한약조제시험 시행·관리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한 것은 그 자체부터가 매우 유감스런 일이었다. 특히 국가관리시험에 대한 이같은 감사가 전무후무했던 점에서 충격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던 것이다.
한의사측과 약사측의 첨예한 대립속에 폭발성을 안은 채 치러졌던 한약조제시험이 아니었던가. 그럴수록 더욱 관리에 철저, 허점을 보이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5일 하오 드러난 사상 첫 국가시험관리감사결과는 놀랍고 실망스럽기만 했다. 먼저 특정예상 문제집에서의 출제가 68%에 이르렀음이 밝혀졌다는 것이 아닌가.
또한 약사측 출제위원 21명 중 13명이 과거 약사고시학원에 출강한 사실이 있었음이 드러났고, 국가고시사상 처음으로 출제장을 이탈한 한의대교수들이 출제했으나 폐기된 1백20개 문항중 85개 문항이 되살아나 출제됐음도 밝혀졌다니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간략히 드러난 이 세가지 사실만으로도 그런 국가시험은 사실상 있으나 마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출제교수가 학원에서 지망생을 가르쳤고 교수들이 출제장을 뛰쳐나와 공개해버린 문제를 상당분량 그대로 출제했고, 특정예상문제집만 보면 60점 이상을 딸 수 있을 정도의 시험을 어떻게 국가시험이라 할 수 있겠는가.
지금 한·약분쟁은 이번 한약조제시험을 고비로 더욱 악화되어 해결의 기미가 쉽사리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럴때 분쟁의 핵심사항이라 할 시험의 관리조차 그 모양으로 했으니 엎친데 덮친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같은 감사원의 특감 결과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이다.
감사원측으로서는 재시험여부를 보건복지부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관련공무원 4명 및 출제교수 20명의 조치를 각 주무부서에 요구해 뒷수습책에 관심이 쏠리지 않을 수 없다. 사안 자체가 분쟁에 휩쓸려 민감한 것인만큼 법과 절차에 따라 엄정한 처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한·약분쟁차원을 떠나서도 국가관리시험 자체의 신뢰성과 공신력을 철저히 보장하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그렇지 못할 때 국법질서는 물론이고 사회혼란을 막을 길이 없어진다. 당국은 이번 사태를 크게 부끄럽게 여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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