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찔린 여,지도부 성토 등 대책 혼선/야선 “충돌 없이 저지” 안도속 경계여야는 5일 15대국회 원구성을 위한 첫 임시국회를 열었으나 여당의 원구성 강행방침에 맞선 야당측의 실력저지로 첫날부터 파란을 연출했다.
특히 이날 본회의는 의장직무대행을 맡은 김허남의원(자민련)이 의장단 선출에 관한 안건을 상정했으나 곧바로 여당의원들의 반대속에 기습적으로 산회를 선포하는 바람에 의장단도 선출하지 못하고 싱겁게 끝났다.
▷본희의 대치◁ 김대행은 박상천(국민) 조중연(민주) 박헌기(신한국)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이 끝난뒤 『양쪽의견에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 『의사일정 제1항을 상정시킬까요』라고 물었는데 이때부터 여야의석은 「찬반의 아우성」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어 김대행은 『오늘 회의를 정회하자는 분도 있고, 산회하자는 분도 있으나 정회를 하면 밤늦게까지 대기하는 등 어려움이 따르니 오는 12일께 다시 모이도록 하고 그동안 여야합의를 이루도록 하자』며 낮 12시19분께 전격적으로 산회를 선포했다.
김대행의 산회선포에 허를 찔린 신한국당의원들은 일제히 『무효다』라고 소리치며 항의했는데 서청원총무와 박주천수석부총무는 당황스런 표정이 역력했다. 서총무 등은 『정석대로 의장단을 뽑아야 해, 월권이야, 징계위에 회부해』라고 소리쳤고 주위에서도 『의장단선출을 방해하라고 사회권을 준 줄 알아』라는 등의 고함이 빗발쳤다.
신한국당 의원들은 하오 4시10분께 다시 본회의장에 들어가 김대행의 출석및 회의속개를 요구했으나 야당의 저지로 이를 관철하지는 못했다.
▷신한국당의 대응◁ 신한국당은 본회의후 곧바로 의총을 소집하는 등 대책을 논의했으나 지도부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빗발치는 등 적잖은 혼선을 빚었다. 또한 뒤이어 당대표실에서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도 당직자들은 산회선포가 무효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으나 의외의 사태가 빚어진데 대한 책임론을 둘러싸고 서로 고성을 건네는 등 자중지란의 모습도 보였다.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날 무렵에는 서청원총무가 『난 안해』라고 고함을 지르며 회의장문을 박차고 나왔다. 서총무는 화가 풀리지 않은듯 자신의 방으로 가려다 말고 회의장으로 되돌아가 『총무를 그렇게 만만히 보지 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당직자들의 집중성토에 격앙돼 있던 서총무는 이날 회의중 모처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은뒤 폭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 청와대의 강한 질책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대두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서 이만섭의원은 『총무단이 「본회의장에서 점잖은 모습을 보이라」고 해 가만히 있다보니 이런 사태를 겪게 됐다』며 『대표조차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이의원은 『우리당에 입당한 의원들이 마치 협박이나 공갈이나 당해 입당한 것처럼 모독하는 발언이 난무한데도 우리는 가만히 있기만 했다』며 본회의대책이 잘못됐음을 강력히 비판했다. 서총무는 이 자리에서도 『용서를 빈다』며 사과하면서도 『왜 이렇게 사령탑이 많아』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야권 공조◁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당초의 각본대로 아무런 물리적 충돌없이 여당의 단독원구성을 저지해내자 『속이 후련하다』며 잔칫집 분위기를 보였다. 양당은 그러나 여당이 「돌발행동」으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모든 의원들의 비상대기령을 해제하지 않는 등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야권은 또 본회의가 끝난뒤 즉각 양당 3역연석회담을 갖고 장외집회유보, 대화재개용의를 밝히는 등 대여미소작전으로 재빨리 전환했다.
김대중국민회의총재는 오찬후 밝은 표정으로 국민회의 총무실에 들러 『어제 저녁에는 너무 걱정이 돼 잠도 잘 오지 않았는데 잘 끝났다니 다행』이라며 총무단을 격려했다. 김종필자민련총재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든게 잘 됐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양당은 본회의 직전 예결위회의실에서 헌정사상 처음으로 30여분동안 합동의총을 열어 여당의 단독원구성저지를 결의하고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점검했다. 이날 양당의원들은 서로 자리를 섞어 앉고 김대중국민회의, 김종필자민련총재에게 번갈아 큰 박수를 보내는 등 의도적으로 공조체제를 과시했으나 일부 소장의원들은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정진석·신효섭·이동국 기자>정진석·신효섭·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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