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소대장 마지막작전서 한쪽다리 잃어/삶의 의지로 아픔극복… 수협 1등지점장귀신잡는 해병 소대장의 삶에 대한 꿋꿋한 의지 앞에 전쟁의 상처는 장애가 되지 않았다.
70년 해병 청룡부대원으로 월남전에 참전해 양 손가락과 오른쪽 다리를 잃은 1급중상이용사 이완규씨(53·서울 강동구 천호동). 그는 수산업협동조합이 자랑하는 전국 최고의 지점장이다.
41회 현충일을 하루 앞둔 5일 이씨는 동작동 국립묘지 파월전우묘역을 찾기 위해 수협 석촌동 지점장실을 나섰다. 옛 전우의 묘역 앞에 서서 맑은 6월의 하늘을 바라보는 소대장의 눈시울에는 어느새 눈물이 핑 돌았다.
70년 6월12일 베트남 호이안 베리아반도 베트콩 소탕작전(일명 황룡작전).
해병 중위 이씨에게 소대장으로서의 마지막 임무였다. 소대원 44명을 인솔한 그는 3박4일의 작전을 성공리에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폭음이 정글의 정적을 깼다. 부비트랩이었다. 부하 1명이 숨지고 이씨를 포함해 3명이 중상을 입었다.
2년4개월간 입원한 후 72년 10월 대위로 예편한 이씨는 좌절과 시련의 날을 보냈다. 손가락 없는 손으로 힘겹게 넥타이를 매고 직장을 찾아 나섰으나 상이용사에 대한 사회의 벽은 생각보다 두꺼웠다.
75년 수협에 일자리를 얻은 이씨는 불굴의 용기로 신체적 장애를 극복해 나갔다. 본부와 출장소, 지점을 두루 거치며 예금수신 실적 우수 직원에게 수여하는 영업장상 등을 4차례나 수상했다. 91년 이씨가 방이출장소장으로 나가게 됐을 때 주변에서 『수족이 멀쩡한 사람도 힘든데…』라며 우려했지만 이씨는 『1년안에 최고가 되지 않으면 사표를 쓰겠다』는 자신의 다짐을 지켰다. 고객을 앉아서 맞이한 적이 없는 이지점장은 『수신고는 지점장이 발로 뛴 거리와 비례한다』는 직업신조를 갖고 있다.
『비록 불구의 몸으로라도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먼저 간 전우들의 덕분입니다. 만약 나에게 돌아올 영광이 있다면 그것은 마땅히 그분들의 몫이 돼야할 것입니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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