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설마했었는데 여야―정치권이 기어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15대국회를 출범시키지 못하고 비틀거리게 한 것이다. 여당의 의원영입 등을 둘러싼 여야의 협상결렬에 따른 강경대립으로 새국회 첫집회일에 의장단선출에 실패, 개원을 하지 못한 것은 중대한 사태라고 아니할 수가 없는 것이다.15대국회의 첫 집회는 48년간의 의정사상 처음 여야간의 협상결렬로 여당이 단독으로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하려하고 또 야당이 저지하는 과정에서 달갑지 않은 새 진기록과 파행으로 시종했다. 여야가 의사진행 발언으로 의장단 선출의 당·부당성에 관한 공방을 벌였으며 야당출신 임시의장이 의장단 선출안건을 상정한후 여야간의 미합의를 이유로 12일까지 산회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것 등이 그것이다.
또 임시의장의 권한해석을 비롯,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이 끝나지 않았음에도 산회한 것은 국회법 74조위반이다』 『78조대로 회의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에 산회는 정당하다』는 여야간의 논쟁 역시 어지럽기만 하다.
이날 의장단선출의 실패는 정치권이 첫집회―원구성이라는 국회법 5조를 위배한 것으로 이는 배임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 의장단 선출에 있어 사회권만을 가진 임시의장이 집회일을 자의로 연장, 선포할 수 있는가도 의문의 여지가 많다. 설사 부득이한 사유로 의안처리를 연장할 경우 원의를 물어 결정하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아무튼 그토록 국민이 기대를 걸었던 15대국회가 여야의 극한대결로 출범도 못한채 표류하게 된 것은 이 땅의 정치가 제도적으로는 선진국 수준을 갖췄으면서도 실제는 후진국 수준임을 여지없이 보여준 것이다. 이런 수준으로 21세기를 준비하는 미래 정치, 통합의 정치, 생산적 정치, 그리고 큰 정치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격이 될 것이다. 월드컵유치나 세계화를 무색하게 하는 부끄럽고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새 국회가 이 지경이 된 것은 한마디로 3김씨의 대선까지 이어지는 정국주도를 위한 정략적 힘겨루기 때문이다. 작년 지방선거 이후 당권을 완전 장악한 3김씨는 이번 총선과 개원준비도 오직 상대방 제압과 흔들기를 목표로 진두 지휘해온게 사실이다. 여당 총재인 김영삼대통령이 총선때 수도권서의 승리를 바탕으로 의원영입을 통해 과반수를 넘겨 세우위 확보에 주력한 것도, 김대중·김종필총재가 여기에서 밀리면 설자리가 좁아진다는 위기의식으로 국민의 뜻과 시대적 조류에 아랑곳없이 강경저지로 나선 것도 모두 정국주도권 장악에 초점을 맞춘 것이었다.
여야의 무모한 힘겨루기와 국회표류로 최대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여야는 대오각성해야 한다. 모든 고집과 주장을 일단 거두고 속죄하는 자세로 절충을 서둘러 함께 등원―의장단선출로 원을 구성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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