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돈세탁·조직범죄 수백건 해결/은행계 “정도껏 하라” 압력가할 정도유럽 전역에서 암약하는 이탈리아의 마피아 조직도 스위스만큼은 마수를 뻗칠 엄두를 못낸다. 「스위스의 에드거 후버」로 불리는 여걸 칼라 델 폰테(47)연방 수석검사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스위스와 관련된 국제범죄척결에 관한 한 정부로부터 「백지위임」을 받았으며 휘하에 60여명의 전담 형사까지 거느리고 있다.
얼핏 상류층 부인을 연상케하는 그가 유럽 조직범죄단체로부터 「공포의 존재」로 부상한 것은 80년대말부터. 고향인 티시노주 주검사로 재직하면서 이탈리아로부터 대규모 마약을 반입해온 범죄조직 「피자 커넥션」을 일망타진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이후 수백건의 마약및 돈세탁, 조직범죄 사건을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하며 「성의 장벽」을 뛰어넘는 유럽 최고의 강력 검사로 명성을 쌓아왔다.
특히 그가 최근 수사대상 1호로 역점을 두는 것은 스위스로 반입되는 외국 검은 돈의 척결이다. 올초 스위스에서 돈세탁하다 체포된 카를로스 살리나스 멕시코전대통령의 친척 두 명을 멕시코정부에 즉각 인도했다. 현재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전총리 소유의 피닌베스트그룹이 스위스은행에 은닉한 불법자금의 색출수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에 긴장한 스위스 은행계가 『제발 정도껏 하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지만 그는 막무가내다. 오히려 스위스은행들은 구린 돈을 스스로 거부,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라고 호소하고 있다. 정의 실현에 걸림돌이 되는 구태의연한 관행은 과감히 타파하고 나가야 한다는 게 영옥스퍼드대 출신 폰테의 행동철학이다.
이탈리아 마피아조직에 정보원을 심어놓았을 정도로 대담성과 치밀함을 지녔으면서도 자신의 공적을 결코 내세우지 않는 폰테는 스위스가 자랑할 만한 「여성 포청천」인 셈이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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