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됐다. 바야흐로 문화가 선두로 나서는 시대에 이르러 세계인들에게 우리 문화를 드러내는 기회가 될 것이며 어쩌면 21세기 초의 대사건이 우리 땅에서 벌어질는지 모른다. 공동개최라는 개념도 단순히 힘을 나눠 한다는 뜻을 넘어 모두에게 엄청난 의미를 주고 있다. 동반자는 우리에게 감정적 앙금을 남긴 일본이며 그 나라에 대해 우리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라는 주제로 쓰여진 몇 몇 책을 통하는 것 밖에 별로 알 길이 없다.월드컵은 88올림픽이 있은지 14년만에, 그것도 21세기에 들어선 시점에서 개최되는 만큼 우리의 개념을 올림픽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바꿔야 한다. 우리가 외국인들에게 보여줘야 할 문화는 앞으로 6년을 목표로 기획된 또 다른 「행사」여서는 곤란하다. 우리는 문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문화를 얼마나 가꾸어왔는가를 반성하고 이번 기회에 21세기의 우리 문화가 세계로 뻗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 우리는 올림픽때 우리나라를 찾아온 외국인들에게 『무시하지 마, 우리 잘 산다구, 놀랐지?』하는식의 태도를 보여주었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적어도 문화에서 그런 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그런 태도를 보이는 순간 세계인들은 우리를 무시할 것이다). 외국에서 유명해진 한국인을 내세우는 것도 21세기에는 촌스러운 것이 될 것이다. 「고유문화」라는 말이 있지만 이제는 우리 고유문화도 전세계인의 공유물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가 「관리자」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지 세계인들이 지켜보고 있다. 세계인들에 보여줘야 할 것은 우리 문화가 튼튼한 기초 위에 계승되어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며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할 부분이 이것이다.
축구는 흥분시키는 경기이다. 축구 결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 예도 있다 하니 어쩌면 경기 중에서 가장 선동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운동경기가 선동적일 때 가장 제 맛이 나고 본질이 드러나는 반면 문화는 선동적일 때 가장 천박해지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축구경기장은 축구인들이 뛰는 장소가 되어야지 문화인들이 함께 그 안에서 뛰면 안된다. 월드컵기간에 보여줄 경기와 문화는 따라서 긴장과 이완, 흥분과 진정의 관계, 다시 말하면 대위법적 관계를 유지하며 함께 어울려야 한다. 공연예술도 그러한 것이 아니면 안된다.<예술의전당 예술감독>예술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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