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관련 내부결속바탕 「중간다리」 역할까지/규제완화틈 하부기관 권한 임의행사도 문제증권감독원장에 이어 재정경제원국고국장이 구속됨으로써 재경원과 금융감독기관 및 기업들간의 유착관계가 또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감독권과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기관과 이들의 조치에 따라 막대한 이익이 좌우되는 기업과의 「비리구조」가 재차 확인됐기 때문이다.
국고국장 구속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은데 있다. 증권업무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직책을 맡아 왔는데도 공개를 희망하는 기업과 증권감독원 사이에서 다리노릇을 했다. 이에 대해 이환균 재경원차관은 『제3자가 개인적인 차원에서 알선한 개인적 문제』라고 말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구재무부에서 오랫동안 함께 근무했던 백원구원장과 한택수국장 사이의 개인적인 친분에서 일이 성사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많다는 것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재경원과 재경원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산하 기관, 그리고 그러한 관계를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는 3각형이 만들어낸 「작품」이라는 풀이다.
산하기관이 재경원의 부탁을 뿌리칠 수 없는 것은 소위 「MOFIA(재무부의 영문표기인 MOF와 마피아(MAFIA)의 합성어)」라는 특수구조때문이다. 재무부출신 전현직 관료들의 모임을 일컫는 이 단어는 이들이 마피아처럼 조직되어 있다는 것으로, 그만큼 단단한 내부결속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을 발휘해 붙여졌다. 이들이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고 있는지는 모재벌회장이 『재무부 출신자들은 70세까지 직업이 보장된다』라고 말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각종 규정이나 업무관행뿐 아니라 제도까지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으로 해석되거나 집행되는 경우가 상당수였다는 지적이다. 기업공개에 있어 총량을 얼마로 할 것인가는 재경원이 결정하고 그 범위내에서 어떤 회사를 어느 시기에 공개할 것인가는 증감원이 맡고 있어 형식상으로는 업무분할이 이루어져 있어 재경원이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재경원측은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렇지 않다는 것이 확연히 드러났다.
이번 사건은 또 규제완화가 어떤 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상부기관인 재경원은 각종 규제를 풀었지만 하부기관은 그 틈을 이용해 오히려 더 강화한 꼴이 됐다. 규제완화가 감독·감사완화로 비춰지면서 하부기관의 권한과 임의적 선택권은 더욱 커졌고 이것이 결국 이번 사건과 직결된 셈이다.
이같은 관계를 잘 아는 기업으로서는 업무와 직접 관계가 없더라도 재경원 관계자를 통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또 이번 사건에 나타난 유착관계가 은행감독원이나 보험감독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의 시스템으로 보아 재경원―감독원―기업의 검은 연결고리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각 단계에 있어서의 철저한 규제완화 및 행정의 투명성 제고가 얼마나 시급하고 중요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개방화 세계화시대에 규제완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의 조류여서 「말로만 하는」완화, 감독·감시기능이 없는 완화는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며 그것을 막으려면 행정 및 제도의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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