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문단 젊은층 대표 「미스터 버티고」의 작가존 업다이크세대를 이어 미국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작가 중 하나인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웅진출판)이 번역출간됐다. 원래 「유리의 도시」 「유령들」 「잠겨 있는 방」으로 따로따로 나온 소설을 한 권에 묶었다.
소설은 어느 이야기에나 감시자와 감시받는 사람이 등장한다. 탐정소설작가 퀸과 퀸이 쫓는 사람, 사립탐정 블루와 블루가 감시하는 블랙, 실종된 작가 팬쇼와 그를 뒤쫓는 팬쇼의 친구가 나온다. 퀸은 자신의 생활을 내팽개치고 스틸맨이라는 인물을 감시하는가 하면, 블루와 블랙은 서로 동시에 감시하는 사람이다.
우연한 사건과 미스터리 분위기로 시작하는 세 소설은 진행되면서 하나같이 감시하는 사람과 감시받는 사람이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을 향해 걸어가듯 포개진다.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처럼 소외의 분위기가 소설을 지배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그보다 이성적이다. 「내가 누구이고, 우리는 어떤 자리에 서 있는가」를 망원경으로 감시하듯 살폈다가, 현미경으로 꿰뚫어보듯 파헤친다.
소설은 고통스럽다거나 우울하다거나 하는 식의 내면을 드러내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으면서 사람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고 있다.
번역자 한기찬씨는 『등장인물은 언어의 수사로써 현혹하지 않고 장기의 말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고통 없이는 드러낼 수 없는 자아를 보여준다. 고통의 언어가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오스터의 작품은 지난해 「미스터 버티고」(94년작·열린책들간)가 번역소개됐다. 「스모크」는 그의 몇 가지 소설을 모아 각색한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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