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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스로 쓴 “삶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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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스스로 쓴 “삶의 고백”

입력
1996.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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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장정일·김영현·정찬·신경숙 등 5인/「문학동네」 기고 자전소설집 「나의 나」 출간유명소설가 5명의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자전소설이 한데 묶여 이번 주에 책으로 나온다. 최윤, 장정일, 김영현, 정찬, 신경숙씨가 계간 「문학동네」에 기고한 자전기록을 담은 소설집 「나의 나」(사진·문학동네간)이다. 이 소설집은 삶의 우여곡절에 관한 재미보다 솔직함의 미덕이 장점이다. 자전소설은 삶을 진실하게 증언할 때 생명력을 갖게 된다.

정찬의 「은빛 동전」은 추억의 힘을 보여준다. 소설을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켜면서 그가 가는 길은 「인력이 부재한 진공의 세계」이다. 그는 그 공간에서 「언어의 흙으로 사물을 빚으며, 빛을 끌어내고, 생명에 숨길을 불어넣으려 한다」. 하지만 언어는 「철갑의 덩어리」였다. 철갑을 열고 들어가는 녹슨 문은 기억의 문이고, 그 속에 추억의 세계가 있다. 그 추억의 세계를 감싸 안는 공기는 무엇인가. 가난이다. 무능한 아버지와 6남매 자식에다 시부모를 모셔야 했던 어머니가 『죽으면 그만인데 이래 살면 뭐하겠노』라면서 손을 끌고 가 탕수육을 사주던 일, 어머니가 빚어 파는 찹쌀떡 하루치 값 100환을 갖고 오다가 잃어버리고 소리없이 울던 일―정찬의 영혼이 편안하게 기거하는 곳은 어머니와 함께 있는 추억의 방이다.

신경숙은 「마당에 관한 짧은 얘기」에서 그리움에 대해 말한다. 소설에는 화자가 사랑했던 것으로 보이는 「그」라는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지금은 헤어진 듯 「냉랭해진 그의 목소리가 던져주는 슬픔을 견딜 방법이 없던」 나에게 어느 날 닭을 안은 소녀가 찾아온다. 아이는 환영이다. 어릴 적 기찻길에서 죽은 소녀가 역시 어렸던 「나」를 죽을 뻔한 위기에서 구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영혼이 사람을 보살피는 경지를 화자는 비현실 속에서 경험한다. 결국 떠난 그에 대한 슬픔은 「나와 함께가 아니더라도 살아 있으면 돼」라는 이해로 상승한다. 신경숙의 짧은 자전기록은 그리움의 매듭을 지었다, 푸는 과정이다.

장정일의 「개인기록」은 반항을 무기로 삼고, 책을 양식으로 삼아 커온 사내의 일기. 학교교육에 대한 거부, 유별난 신앙경험, 소년원생활등을 멋부리지 않고 보여준다.

김영현의 「새장 속의 새」는 대체로 선량하고 답답한 영혼을 가진 사내가 때로 우울하고 병적이며 복잡하고 비뚤어진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 바뀐 이유를 설명한다. 부당한 정치권력의 폭력이 그 이유의 하나라고 이야기한다.

최윤의 「집·방·문·벽·들·장·몸·길·물」은 추억의 순간순간을 9가지 이미지로 자유롭게 분류해 보여주고 있다.<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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