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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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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6.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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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국제적십자사요원이 북한 황해북도 은파군에서 북한 주민들에게 쌀과 식용유를 나눠 주는 사진이 각 신문의 1면을 꾸몄다. ◆빛바랜 허름한 작업복과 점퍼 차림의 부부 같은 중년 남녀가 부대자루를 받쳐 들고 국제적십자사 조지 웨버 사무총장이 퍼주는 구호미를 소중히 받고 있었다. 그들의 4∼5 뒤에는 족히 20∼30여명은 되는 듯한 역시 남루한 옷차림의 농촌 주민들이 대오를 짜서 그들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가 하면 빈 배를 채우기 위해 부녀자가 소나무 껍질을 벗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게재됐었다. ◆지난 해의 수마가 몰아온 북한의 식량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극단적인 폐쇄체제의 김정일 정권이 이 참상의 외부 유출을 묵인하는 것을 보면 보통이 아닌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가공스러운 것은 전례없는 수재가 아니라 이를 수습하지 못하는 김정권의 무능이다. ◆경멸스럽기까지 한 것은 「인민」의 빵 문제를 해결치 못하면서도 아무도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듯한 후안무치다. 과거 어느 공산정권이라 해도 이처럼 낯두꺼운 정권은 없었다. 공산중국에서 도전받지 않는 절대권력과 권위였던 모택동도 50년대 말 전 국민과 국토의 인민공사화운동에 실패한 뒤에는 통치의 일선에서 물러났었다. ◆하긴 서울 시민들은 일찍이 김일성 정권의 무능과 비도덕성을 체험했었다. 50년 한국동란 중 서울점령 3개월 동안 김일성 정권은 민생 문제에서 행정의 절대부재를 드러냈다. 시민들은 스스로 자구책을 구해야 했다. 김일성의 이 때의 실정이 서울을 반공의 보루로 만드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북한에 끝이 시작되지 않았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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