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삯바느질 7순 할머니/어린이 6명에 “새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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삯바느질 7순 할머니/어린이 6명에 “새생명”

입력
1996.06.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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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병 수술비 1억 쾌척… 어제 완쾌 상봉심장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던 어린이 6명이 삯바느질로 돈을 모은 한 할머니의 도움으로 완쾌돼 조촐한 축하파티가 열렸다.

3일 하오 연세대 심장혈관센터 회의실. 큰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너무 알려지는게 부담스럽다며 모습을 드러내길 거부하다 병원 측의 간곡한 설득에 따라 얼굴을 내민 윤선옥 할머니(78·인천 북구 효성2동 412의18)는 아직 수술 자국이 선명한 어린이들을 보자 말없이 이들을 얼싸 안았다.

자리를 함께 한 어린이들의 부모들도 윤할머니의 주름살 깊게 팬 손을 마주 잡으며 무언의 감사를 보냈다. 어린 환자들을 보살펴 왔던 양경희간호사(27)는 할머니에게 드리는 자작시 「진주조개의 아픔을 품고」를 낭송, 참석자들을 숙연케 했다.

윤할머니가 심장병 어린이들을 돕기로 한 것은 위장질환으로 인천세브란스병원에 다니던 10여년전. 6·25때 백령도로 피란 가서 8년여 동안 살았던 윤할머니는 죽기 전에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뜻을 당시 진료의였던 윤명림(39)간호과장에게 전했다. 윤할머니는 그동안 삯바느질로 억척스럽게 모은 돈을 저축, 농지를 구입했다가 개발지역으로 지정돼 적지 않은 보상금을 받았고 이 돈을 보람있게 쓰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윤할머니는 지난해말과 지난달 21일 연세대 심장혈관센터에 모두 1억원을 기증, 고태영군(2)등 어린이 6명에게 새 생명을 주었다. 이 아이들은 부모가 우유배달을 하면서 사글셋방에 살고 있거나, 어머니가 가출하는 등 불우한 환경이어서 수술은 엄두도 못내던 형편이었다. 병원측은 앞으로도 25명 정도가 더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다.

윤할머니는 『자식들이 모두 장성해 사는데는 별 걱정이 없다』며 『삯바느질로 어렵게 모은 재산인 만큼 가치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고 말했다.<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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