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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정일화 편집위원겸 통일연구소장(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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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총선/정일화 편집위원겸 통일연구소장(남과 북)

입력
199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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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6일 실시될 러시아총선이 세계적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가 옛공산주의로 되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현민주주의체제를 계속할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보리스 옐친대통령, 게나디 주가노프 공산당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전소련대통령을 비롯, 11명이 대통령후보에 나섰고 이들중 16일 선거에서 총유효표의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없으면 7월7일에 실시되는 결선에서 1, 2위가 다시 승패를 다투게 되는데 이번 선거의 핵심은 공산주의자 주가노프와 민주주의자 옐친의 대결로 압축돼 있다. 선거관측자들은 만일 1차투표에서 주가노프나 옐친중 어느 한사람이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으로 가면 1차투표에서 탈락한 민주주의자들의 지지표를 옐친이 흡수하게 되어 승리할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러시아내의 경제하락상, 사회무질서, 권력의 부패상이 너무 팽배해 「위대한 러시아의 재건」을 내건 주가노프의 인기가 상당히 높아 공산당승률도 만만치 않다. 주가노프는 50만공산당원을 갖고 있으면서 연금생활자, 실업자, 농민들을 상대로 『여러분은 조국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그러나 옐친정부는 여러분을 버렸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전국을 파고 들고 있다.러시아인의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관념이 약하다는 것도 주가노프의 기대를 높이는 분야이다. 지난 1월 미타임지가 조사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러시아인의 77%가 질서가 민주주의보다도 더 중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민주주의가 질서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9%밖에 안된다는 것이다. 주가노프측이 내놓고 있는 통계숫자를 보면 러시아는 현재 1,000만실업에 매년 650만명이 범죄피해를 당하고 있고 출생률대 사망률은 8대 20으로 인구는 줄고 있어 러시아는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공산당이 이기면 지난날 조국을 위해 공헌한 연금생활자들의 생활급이 하늘처럼 올라가고 대학생은 등록금 걱정을 하지 않을 것이며 실업은 단번에 해결될수 있다고 말한다. 재원이 어디서 나올것인가에 대해서는 『손대지 않고 있는 금광이 있다』는 애매한 말을 하지만 이런 구호들이 경제개혁바람에 밀리고 있는 많은 낙오자들을 공산당쪽으로 끌어들이는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가 부활되는 것을 우려해 조국을 떠나려는 사람들도 많이 생겨났다. 모스크바 뉴스지의 조사에 의하면 총선후 수주일에 걸친 출국항공예약은 이미 만원이 됐고 외국공관들은 해외탈출자들의 비자신청이 너무 밀려드는 바람에 비자업무를 일제히 중단한 상태다. 부동산값은 폭락하고 돈은 서방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주가노프가 당선되면 러시아인의 대탈출사태가 벌어질 예정이다.

다행스런 것은 옐친은 5월말 체첸사태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평화를 가져온 것과 거의 하루도 걸르지 않은 전국유세를 할 만큼 건강이 양호하다는 것이다. 5월말 현재의 여론조사는 옐친이 주가노프를 5%정도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산주의는 사회안정을 갖다줄지는 몰라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파괴한다는 것이 명백하다. 역사가 증명했다. 옐친이 승리하면 『공산주의는 영원히 물 건너갔다』는 생각이 북한사회에도 약간은 피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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