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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프리고진의「혼돈으로부터의 질서」(우리시대의 신고전: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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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프리고진의「혼돈으로부터의 질서」(우리시대의 신고전:34)

입력
199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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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필연이 아니라 확률로 결정”/현대과학의 돌풍 「카오스 이론」 제시카오스이론의 창시자인 화학자 일리야 프리고진(79)은 「열역학의 시인」이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과학자인 동시에 철학자이며 미래학자이다.

그는 자신의 과학이론을 토대로 인간의 문명과 역사에 대해 시인과도 같은 예지적 직관으로 이야기한다. 대표저서 「혼돈으로부터의 질서―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대화」는 현대과학에 돌풍을 일으킨 카오스이론의 문제의식을 잘 보여준다. 카오스이론은 측정할 수 없는 초기 조건의 다양성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예측할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는 화학의 이론이다. 대표적인 예가 「나비효과」.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그 주변에는 약한 바람이 생기지만, 그 바람이 연쇄작용을 일으켜 나중에는 태풍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장기간의 가격변화나 주가동향에 대한 관찰에서도 「나비효과」를 찾아 볼 수 있다.

카오스이론에 따르면 미래는 필연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진행중인 불확실한 일련의 사태에 의해 확률적으로 결정된다. 무질서나 혼돈은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발전을 준비하기 위한 단초이다. 카오스이론은 모든 자연·사회현상이 법칙에 따라 규명될 수 있다는 뉴턴물리학등 서구물리학과 사상을 지배해온 결정론적 세계관을 반박하고 있다.

카오스이론은 자연과학은 물론 철학, 경제학에도 광범한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세계는 신에 의해서만 변화 가능하다는 「결정론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인간에 의해 변화가능한 사회, 유토피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1917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어려서 부모를 따라 벨기에로 이주한 프리고진은 법률가를 꿈꾸며 범죄심리학을 공부하다가 뇌의 화학적 성격에 관심을 갖게 돼 진로를 바꾸었다. 브뤼셀 자유대 화학과 교수, 미 텍사스대 통계역학 열역학연구소장으로 재직했으며 77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했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대한화학회의 초청으로 지난달 22일 내한, 네 차례 강연했다. 그의 책은 88년 정음사에 의해 국내에 번역소개됐다.<박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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