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훈현 등 강자에 승률 70% 상회/비 4인방 등 약자 대국엔 60% 도 못미쳐강자에 강하고 약자에 약하다. 과거 스포츠계에서 많이 들어본 듯한 이야기이다. 요즘 유창혁7단의 성적이 그렇다. 유7단은 원래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엄청나게 강했다가 어느 때는 형편없는 바둑을 두곤 하는 기복이 심한 기사로 유명하다. 올들어 5월말까지의 성적을 분석해보면 이같은 현상이 더욱 뚜렷이 드러난다.
5월말까지 공식기전 전적은 17승10패로 승률 63%. 이 가운데 이창호 조훈현 서봉수 등과의 전적은 7승3패 승률 70%로 오히려 평균승률보다 높다. 개인별로 보면 최강자 이 7단과는 2승2패로 호각세이며 조 9단에게는 3승1패, 서 9단에게는 2승으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외의 이른바 비4인방기사들과의 대국성적은 10승7패로 승률 60%가 채 안된다. 이7단이나 조9단이 4인방끼리는 서로 이기고 지고 하면서도 비4인방들에게는 1년에 한두판 정도나 지는 것과 비교하면 유7단이 너무 기복이 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기원 공식기록에 집계되지 않는 국제기전에서도 강자에 강한 유7단의 면모가 드러난다. 올들어 기록한 외국기사들과의 전적은 6승3패로 아주 좋다. 상대를 보아도 조치훈을 비롯해 오다케 히데오, 야마시로 히로시, 왕리청, 조대원(차오다위안)등 모두 쟁쟁한 정상급 기사들이다. 난적 이창호에게도 4월 응씨배에서 또 한 번 승점을 기록했다.
뛰어난 전투력을 주무기로 언제나 화려한 바둑을 펼쳐 아마추어팬들의 인기가 높은 유7단은 특히 큰 승부에 강하다. 그는 자신이 따낸 타이틀 가운데 2년 연속 타이틀을 보유한 것은 왕위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없을 만큼 지구력이 부족한 기사이다. 그런 유7단이 유일하게 지난 4년간 왕위타이틀을 지키면서 이창호 1인천하를 저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큰 승부에 임하는 집중력이기도 하다.
현재 1패를 한 제30기 왕위전 도전7번기의 결과가 유7단의 「강강약약」현상의 실체가 판가름될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박영철 기자>박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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