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집회 배수진 삼아 수위조절야권은 곤혹스럽다. 이유는 간단하다. 도대체 되는 일은 하나도 없고 주변 정치상황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김대중·김종필총재가 그동안 수차례 국민앞에 여러가지 대여요구사항을 제시함으로써 스스로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두 김총재가 부정선거청문회, 여당입당의원 원상회복, 정치자금관련 청문회등 여권이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들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양당의 실무협상자들까지 재량권에 한계를 느끼는게 사실이다.
야권은 이같은 요구사항들을 관철하기 위해 물밑대화와 장외투쟁을 병행하는 화전양면작전을 구사하고 있지만 이것 역시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월드컵공동개최 결정이다. 야권이 굳이 『월드컵과 정치는 별개』라고 강조하고 있는 것 자체가 야권이 이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심지어 국민회의는 결정당일에는 이를 환영했다가 다음 날에는 조건부 환영으로 입장을 바꾸기까지했다.
여권이 당초의 기대만큼 움직여 주지않고 있는 점도 야권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주요 요인중 하나이다. 지난주 두차례 비공식 접촉을 가진뒤 야권 총무들은 『여권의 태도가 너무나 굳어있다』며 『협상전망이 그리 좋지않다』고 입을 모았었다. 야권에서는 여권의 이같은 강경한 입장이 김영삼 대통령의 야권 두 김총재에 대한 강한 견제심리와 월드컵유치에서 비롯된 자신감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8일 대구를 필두로 이달 한달동안 주말마다 개최키로 한 장외집회문제도 야권에는 큰 부담이다. 더구나 대구집회는 월드컵의 열기가 채 식지않은 시점에 열리는데다 이 지역의 정치적인 정서가 「반YS 비DJ」이기 때문에 청중동원도 쉽지않다. 따라서 대구집회의 성공여부는 나머지 장외집회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해서 야권이 빠른 시일내에 자발적으로 등원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오히려 두 김총재의 자존심과 승부욕에 따라 더욱 강경한 노선을 선택할 소지도 없지않다. 실제로 야권의 핵심인사들은 『시간은 결코 여당편이 아니다』며 짐짓 느긋한 표정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등원을 바라는 당내외 여론의 압력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따라서 야권은 금주부터 주말장외집회를 배수진으로 삼아 대여대화에도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여권이 끝내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경우 투쟁수위를 한층 높이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신효섭 기자>신효섭>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