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된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방안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국내 최고층(1백2층) 규모로 삼성그룹 제2사옥의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서울 잠실에는 1백층 규모의 제2롯데타운이 계획되고 있으며 테헤란로변의 신축빌딩들에 대해서는 층고의 상한이 아니라 하한에 대한 규제가 적용될 것이라고 한다.도시공간의 재구축을 둘러싼 난제들이 산적한 이 시점이야말로 우리가 해결책의 모색을 위해 서두르기 보다는 서울의 바람직한 미래상에 대해 중지를 모야야 할 때가 아닐까. 때를 놓칠까 염려하는 조급함 보다는 성급한 결정이 가져올 장기적 폐해를 두려워 할줄 아는 신중론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세계 최고라느니, 동양 최대라느니 하는 것을 내세우는 창피스러운 과시주의를 극복할 때가 되었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물리적 공간이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최적의 상태에 얼마나 근사한 환경을 제공하는가 이지 크고 높은 건축물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가는 결코 아니다. 대형건축물들이 갖는 「자랑스러운」 상징성을 탐하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에 의한 도시공간 파괴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해야 할 패러다임적 전환기에 우리는 서 있다.
인간의 생존환경을 조건짓는다는 것을 어렵게 자각하고서야 자연환경의 소중함에 눈을 돌리게 되었듯이 인간의 삶에 대한 도시의 지지력(SUSTAINBILITY)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도시간접자본이 제 기능을 잃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탱할 수 있는 인구의 규모는 분명히 한정되어 있다. 과연 교통, 통신, 전기, 상하수도, 쓰레기처리 등의 도시인프라들이 이러한 대형 개발사업들을 지탱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는가. 아니라면 도시인프라들의 추가 공급에 대한 실현가능한 계획은 있는가. 만일 그마저도 불확실하다면 대책없는 개발은 보류되어야 마땅하다.
도시는 다양한 이해관계에 의해 얽혀 있다. 건축주들의 이해와 불특정다 주민들의 삶의 질은 때로 대립관계에 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건축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당국의 역할이 지대할 수 밖에 없다. 행정당국도 세수확보의 필요성에만 집착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에서의 득실을 생각해야 한다.
건축계획의 심의 과정에는 각 이해당사자들을 포함한 각계각층 인사들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각 건축물의 잠재적 영향권 내에 있는 지역공동체의 이해관계가 충실히 반영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조급해서는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1백2층짜리 건물을 짓기 위한 심의 과정이 1년도 안 걸린다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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