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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화합의 새 시대로(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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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화합의 새 시대로(사설)

입력
1996.06.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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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개최가 한일관계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2002년 월드컵의 한일공동 개최가 결정된 후 한쪽에서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고 있는 걱정의 목소리다. 두 나라 사이의 오랜 감정의 골을 메워 새로운 세기와 함께 새로운 우호의 시대를 열자는 데 공동개최의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공동개최의 전례가 없어 대회개최까지 양국간에 해결해야 할 난제가 너무 많은 것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블래터 사무총장과 일부집행위원들이 공동개최가 무산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우려를 표명한 것도 이때문이다.93년 한국이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든 후 한일양국은 곳곳에서 부딪쳤다. 서로 신경전을 펴고 감정을 상하기도 했다. 여기에 2차대전 종전 50년을 맞아 「일한합병조약은 법적으로 유효하게 체결됐다」는 무라야마(촌산부시)전총리의 발언 등 각가지 망언이 뒤를 잇고 최근엔 배타적 경제수역(EEZ)선포를 둘서싸고 독도가 일본영토라고 주장함으로써 한일관계는 아주 악화됐었다.

이 때문에 두 나라의 월드컵 유치전은 개최지 결정일이 다가옴에 따라 점차 자존심을 건 대결이 되고 말았다. 세계 각국은 유치를 실패한 측의 상처 처리와 함께 양국관계의 앞날을 걱정하기도 했다. 2002년 월드컵이 전례없이 공동개최로 낙착된 가장 큰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앞으로 양국이 해결해야 할 경기와 행사분배, 수익금의 정산, 대회명칭, 본선자동출전권 조정, 조직위 구성 등 모두 미묘한 문제뿐이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두나라의 관계가 더 나빠질지 모른다는 우려의 소리가 나올만 하다.

우선 두 나라는 세계가 주시하고 있고 공동개최 결정으로 패자가 없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 한일관계는 단순히 상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묘한 정서가 바탕에 깔려 있다. 조그마한 사안에도 감정을 상한 예를 우리는 수없이 보아 왔다.

양국은 월드컵 공동개최를 새로운 협력시대를 구축하는 토대로 삼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서로에게 배려하는 호혜의 정신 위에서 모든 문제를 해결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만일 큰 마찰이라도 생긴다면 공동개최의 정신은 산산 조각나고 한일관계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첫 난관을 무난히 돌파하고 상호이해와 협력의 정신을 잃지 않는다면 월드컵이 개최되는 2002년까지는 한일간의 현안으로 남아 있는 문화교류, 일왕의 한국방문 등도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고 양국민의 해묵은 감정도 어느 정도 누구러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점에서도 월드컵 공동개최는 한일양국의 21세기 새로운 화합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시험무대가 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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